우기의 우붓을 얕보지 말자
세번째 날엔 요가 데이로 정했다. 그래서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요가를 갔다. 오전 10시에 한번, 오후 5시에 한번. 모두 빈야사 수업을 들었다.
일어나서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고, 준비를 해서 요가원으로 갔다. 요가반.
다행히 이때는 이층의 사방이 뚫린 요가실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사실 일층의 실내 요가실은 냄새가 너무 났다. 정체는 땀으로 범벅이 되고 닦이지 않나 냄새가 오래 묵어버린 요가 매트들이었덤 것 같다.
이층에서는 상쾌한 공기와 지저귀는 새 소리와 함께 오전을 맞을 수 있었다.
요가를 하러 모인 사람들은 다양했다. 초고숙련자부터, 초보자까지. 하지만 모두 수련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눈이 빛나는 것 같았다. 나 포함.
서로를 경계하지도 않고, 서로 이미 알았던 것처럼 따뜻한 분위기 마저 느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수업은 따뜻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리드믹컬헌 빈야사 플로우를 따라가며 땀을 조금씩 흘리고, 마음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이 바로 내가 요가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요가는 결코 쉽지 않다. 아프거나 힘들거나 숨차거나 어쨌거나 생각만큼 쉽고 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게 개운하게 요가 수업을 마치고, 다음 요가까지 시간이 떠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수영장 물이 차 보여서 수영을 하진 않았지만, 수영장 썬베드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스토아학파에 대해 쉽게 풀어쑨 책이었다. 사실 재미 없었다. 사실 다 읽지 못했는데 스토아학파에 대한 계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책이었다.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고, 그 다음 누구에 의해 이어졌고, 그때 그들은 누구였으며 어떤 주장을 했고 업적울 이뤘는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아철학의 사상가가 누구고 각자의 업적이 무엇인지보다는 스토아철학의 주된 사상이 궁금했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스토아학파의 원칙에 크게 감응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좀 읽다 흥미가 떨어질 때쯤 비가 한두방울씩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그러고눈 또 살짝 거금을 들여 스파/마사지를 받았다. 그러고 나오니 요가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비가 꽤 많이 왔다.
택시를 타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윽. 비도 많이 와서 습기가 가득한데 이번엔 1층의 실내 수련실에 당첨됐다. 냄새가 엄청났다. 수련 중에 매트애 엎드려 이마를 매트에 대고 쉬라고 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이 강사 분은 인도네시아 분이었던 것 같은데, 오전 강사 분이 내게 편한 미국식 영어를 쓰는 데 비해, 이 분의 영어는 내게 너무 어려웠다. 10% 정도 알아 들은 것 같다.
요가를 할 때는 귀로 설명을 듣고, 눈은 참고 정도만 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게 제일 좋다. 그래야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한 요가가 되니까. 안 그러면 그냥 따라하다 정신 없이 끝나버릴 때가 많다.
결국 그 수업 내내 곁눈질도 아니고, 대놓고 양옆, 앞뒤 사람들을 계속 쳐다 보며 요가를 했다. 문제는 그들도 못 알아 듣는 건지 다 서로 다르게 하고 있고, 그들도 서로, 또 나를 보며 따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날씨때문에 요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비가 계속 오는 것 같아서 그랩으로 수업이 끝날 시간에 맞춰 택시를 예약해 뒀다. 그런데 수업 내내 창문을 뚫고 들리는 콸콸 쏟아지는 빗소리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우붓의 도로는 엉망 진창이라 일차선 같은 도로를 이차선처럼 나눠쓰고, 역주행도 서슴없는데, 배관(?) 배수(?) 시설은 온전할자 걱정이 됐다. 이러다 도로가 침수되어서 요가원에 갇히는 건 아닌지, 다음날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못 가는 건 아닌지 수업 내내 걱정이 되었다.
그때 문득, 부모님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말 듣고 혼자 오지 말걸. 내가 잘 모르는 도시라 생각보다 예측하지 못한 위험과 위기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데 어떻개 극복하겠다고, 어쩌자고 그랬을까 싶었다.
그때 계속 노력했다. 통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비가 오고 침수가 되는 건 내가 이미 통제할 수 없는 것이고, 그때 방법을 생걱해 보아야 겠다고. 하지만, 침수가 되기 전에, 어차피 못 알아 듣겠고 재미도 없는 이 수업에 빠져 나가는 게 현명헌 대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망설이다 수업이 끝났다.
그렇게 오후 수업은 오전과 달리 매우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애서, 에너지를 얻기 보단 에너지를 다 뺏기고, 불안에 떨며 마쳤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요가원 입구로 달려나가니 다행히 택시가 무사히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길은 침수되어 있지는 않았다.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한 요가원의 수업에 대해 상반된 경험을 모두 한 날이었다. 우기의 우붓을 다시 가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