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자식, 뽀또
그 하얗고 귀여운 손바닥만 한 말티즈는 그 순간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 귀신에 홀린 듯, 그 강아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어느샌가 내 빨간 차에 그 아이를 태우고 홍대에서 인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기 강아지인데 차를 타서 위험하지는 않을까, 내 차가 너무 흔들리는 건 아닐까, 내 운전이 거칠어서 아이가 힘들면 어쩌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걱정이 많았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얌전히 운전에 집중했다.
집에 도착한 뒤,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이 아이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어 줄까? 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나에게는 로또가 아닐까, 행운처럼 찾아온 아이가 아닐까 싶어서 처음에는 로또라는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너무 노골적인 이름 아니냐며 핀잔을 줬다. 남들이 볼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래서 로또 대신 귀여운 과자 이름 뽀또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과자 이름처럼 이 아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는 짓이 어찌나 귀여운지 솜사탕처럼 작고 하얀 얼굴을 하고 나를 따라다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처음 강아지를 키워보는 데다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뽀또를 데려온 터라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작은 강아지는 케이지에서 조심스럽게 나와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홍대 학생들에게 배운 대로 사료를 주고, 물을 주고, 귀여워서 간식을 또 주고, 그러다 내 바지를 물어뜯으면 무서워서 도망가고. 그 일을 몇 번이고 반복했던 것 같다.
나는 무척 당황했고, 내 다리 살점까지 뜯길까봐 좀 많이 무섭기까지 했다. 바지에 구멍이 날 정도로 집요하게 물어뜯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뽀또는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자꾸 내 무릎 위로 올라오려는 아이였다.
집에 온 첫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웬걸.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온 거실이 뽀또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아침과 낮에는 온순하다가도 밤이 되면 갑자기 늑대 같은 기운을 보여주는 뽀또. 인형을 물고 와 같이 놀자고 툭 던지는 센스까지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농담처럼 우리 집 똥꼬발랄 야생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막 두 달 남짓 된 아기였지만 호기심도 많고, 장난기도 넘치고, 애교도 많은 아이였다. 그 작은 아이에게
나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뽀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잘 키워보고 싶다고. 그래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아지에 대해서. 나는 곧바로 서점에 들러 강아지 관련 책을 다섯 권이나 샀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고,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강아지도 편안하고 나도 편안할 수 있는 생활의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육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한 달쯤 지나자 뽀또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졌고, 우리 사이에는 규칙이 생겼다.
배변은 정해진 곳에서 하는 것, 밥 먹는 시간과 간식 시간을 정해 두는 것,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는 것.
그리고 놀아야 할 때는 신나게 뛰어노는 것.
나는 그때 처음 느꼈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의 통제와 규칙이 있어야 서로가 편안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뽀또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 아이였다. 다른 사람 눈에는 팔불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엄마 눈에는 정말 천재견 같아 보였다. “앉아, 일어나, 엎드려, 빵, 먹어, 기다려, 짖어, 짖지 마. 내가 노래를 부르면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진심으로 뽀또와 어디 대회라도 나가 볼까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었다.
교육이 이루어진 뒤로는 배변 실수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1년 정도 교육을 하고 나니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었다. 이렇게 똑똑한 아이가 내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는 그때부터 스스로를 본격적인 개모라 부르기 시작했다.“개엄마” 개모.
지금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다. 사실 강아지와 아이를 비교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돌이켜 보면 뽀또를 키우며 배웠던 것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나의 첫 자식이었던 뽀또가 나를 진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미리 가르쳐 주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