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욕실에서 무너질까
희극으로 시작했다. 늘 그렇듯. 아이와 욕실로 들어간다. 더러워진 아이, 지친 나. 어차피 씻어야 하는 시간이라면 조금은 웃기게, 조금은 즐겁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거품을 잔뜩 뿌려준다. 아이는 손으로 비비고, 벽에 던지고, 몽글몽글 터지는 거품에 집중한다. 재미있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 짧은 웃음이 좋다. 그래서 엄마는 잠시 착각한다. 오늘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5분. 길어야 10분. 희극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씻어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현실이다. 내 머리를 감고, 아이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고, 하나씩 순서를 밟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울음이 시작된다.
왜 우는지 안다. 더 놀고 싶은 거다. 끝내기 싫은 거다. 이 시간이 불편한 거다. 다 이해한다.
그런데도 엄마는 멈출 수 없다. 물은 계속 흐르고 있고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나는 이걸 끝내야 한다. “이제 씻어야 해.” 말은 하지만 닿지 않는다.
아이는 내가 샤워하는 틈을 타 세면대로 간다. 물을 틀고, 받고, 흘리고 첨벙거린다. 우선은 그냥 둔다. 적당히만 하면 된다 싶어서. 그런데 늘 그 ‘적당히’가 문제다. 물이 가득 찬 세면대에 거품을 또 넣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손으로 퍼붓는다. 첨벙, 첨벙. 점점 거세진다. 거품 섞인 물이 욕실 사방으로 튄다. 벽, 거울, 유리, 젖으면 안 되는 곳까지.
바로 그때다. 희극이 끝나는 순간.
엄마의 목소리가 바뀐다. “도대체 왜 그래.” “넌 나 힘들게 하려고 태어났니.” “하루에도 몇 번을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니.” 안 되는 말인 거 안다. 알면서도 나온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이 하나 씻기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가전제품에 튄 거품을 닦고, 바닥을 정라 하고, 벽을 닦고, 유리를 닦고, 젖은 것들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늘 내 몫이다. 현실은 항상 이렇다. 분명히 웃으며 시작했는데 결국은 한숨으로 끝난다.
희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시간.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한다.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히고 물기를 닦고 자리를 정리한다. 목욕을 마친 아이는
이미 쉬고 있다. 엄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내 차례다. 머리를 말려야 하고 욕실을 정리해야 하고 숨을 좀 돌려야 한다. 그런데 기운이 없다.
나는 대단한 걸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딱 10분. 아무도 부르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그냥 잠시 앉아 있고 싶은 시간. 희극도 비극도 다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건 하나다.
딱 10분만 쉬고 싶다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