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품는다는 것

내게 남은 마지막 숙제

by 오렌지샤벳




동물이 알을, 새끼를 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먹고 분출하는 기본적인 본능을 기꺼이 미루고 알을 품는다!

자신의 생명보다 귀하게 자식을 품는다.

무엇인가를 품는다는 것은 이렇게 숭고한 것이다.

사람은 꿈을, 사랑을 품기도 한다.

자식을 껴안듯 삶에 대한 의지와 갈망을 품는다.

의심원한을 품기도 한다.

품는다는 것은 속으로 안으로 새기는 것이고,

자신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흔적을, 표식을

자신에게 새기는 것이다.

또 사람은 사람을 품기도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품는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을 기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껴안는 것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내 삶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게 세상은 늘 여의치 않았고,

나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를 밀어붙였다.

세상 속으로, 사람 속으로!

기꺼이 함께를 선택했고 상처를 새기고도 그들을 향해 다시 섰다.

내가 삶을,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은

극복이었다.



나는 마음속에 품은 이들이 있다!

나와 많이 다르고 내겐 아픈 사람들!

생각하고 곱씹으면 상처가 남지만,

내 삶의 기록인 사람들을

나는 하나둘 품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지금도 수시로 상처 입고 덧나기도 하는 나의 사람들!

그들을 빼놓고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삭제해야만 한다.

그들은 내 나침반이고, 길잡이였으며

나를 단련시키는 물이고, 불이고, 망치였다.

그들에게 배운 세상을 나는 이제 기꺼이 안는다.



어떤 인연으로 내게 오고, 내가 갔는지는 알 수 없다.

부모는 내게 사랑보다 아픔을 줬지만

나를 살게 했고, 지금에 감사하게 했다.

나와 결이 많이 다른 엄마는

세상을 보는 눈도, 삶을 대하는 자세도 참 다르다.

나는 피곤함을 이기려 커피를 마셔서라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고,

엄마는 건강에 안 좋다면 절대 마시지 않을 사람이다.

다 큰 자식이어도 삼시 세끼 밥을 해줘도 상관없는 게 나고, 그건 안 되는 게 엄마다.



항상 효율과 성과와 관리가 중요해서

아픈 것은 관리의 부재이며,

건강은 철저히 관리된다고 믿고,

의사보다 자신을 더 믿는 엄마

사람과 관계와 의미가 중요한 예민한 나!

그런 엄마에겐 나는 연약하고 나약하다!

호랑이 같은 엄마와 토끼 같은 나!

삶도 띠와 닮았는지

늘 호랑이 앞의 토끼였다.

그런 내가 이제,

엄마를 품기로 했다!



나이 들고 약해진 엄마는

지금도 태산 같고 자신이 법이지만,

세월이, 세상이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 없이 자란 막내딸은

자신보다 더 억척스러운 어머니에게

온전히 내 몫의 사랑을 배우지 못했을 거다.

오빠도 첫째도 아니니 입지가 약했을 것이고,

아버지 얼굴 모르고 자랐다는 결핍은 치명적 약점이 되어 스스로를 곪게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삶은 아팠고 힘들었으며,

현재도 마뜩잖으니 자신을 더 단단히 세워야 했을 것이다.

강해야만 한다고, 강해져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억척스럽게 사는 것밖에 배우지 못한 삶!



내게 이제 엄마는 넘지 못할 세계가 아니다.

어느 때는 고집 센 큰딸 같다가,

어느 때는 자기 좀 알아달라 보채는 막내딸 같은 내 엄마!

그 엄마를 이제 나는 내 안에 품는다.

시시때때로 흔들릴 수도,

종종, 자주 아프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많이 다르고

나와 엄마는 가까워 지기엔 참 멀다!

그래도, 그래서!

나는 엄마를 품는다.



나이 든 엄마의 아픈 무릎이 가슴 아프고

산 같던 어깨가 내 품에 들어와,

이제는 내가 품어야만 하는,

나이 든 여인의 생!

치열했던 삶에 외로이 남은 내 어머니!

평생을 억척스럽고 모질게 살고서도

내 것 하나 편히 갖지 못한 안타까운

내 엄마!



사람을 품는다는 건 사랑이 아니다.

연민이고 이해이며 수용이다.

누구나 삶에 품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나는 그들을 무조건 품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세상엔 존재한다.

그게 가족이라도,

가족이라서 안 되는 사람들!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할 뿐이다.

사람을 품기까지의 여정과 이유들,

그러고도 자주 아프고 흔들리는 나를,

온전히 내 보인다.



사람을 내 안에 품는다는 건

불을 삼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나를 병들게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을 품는다는 건,

진정으로 껴안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을 품고 말고는 철저히 당신의 선택이며 당신의 몫이다!

그저 당신에게 내 얘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던질 뿐이다.

당신은 어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사람을 기꺼이 품을 수 있는지!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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