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소쩍새 우는 소리, 남다른 사연

by 오렌지샤벳



칠월 하고도 중순의 밤 소쩍새가 운다

솥 적다 솥 적다 풍년엔 솥이 적단다

이래저래 반가운 소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운다


을씨년스럽던 밤의 소리가

공포영화 소름 돋던 날 선 소리가

정겨운 걸 보아하니,

나도 나이 드는 소리가 난다

솥 적다 솥 적다 솥 적다 솥 적다


세상 무서운 것 투성이던

그 시절의 소쩍새도

나이 들어 푸근해졌나

나이 들어 뭉툭해졌나

솥 적다 솥 적다 솥 적다


그때의 그 소쩍새는

어디론가 갔을 텐데

풀이되고 나무가 되고

꽃이 됐을 텐데

내 마음속 소쩍새

소쩍소쩍 구슬프게도 운다

흉년이란다 흉년이란다


그래 늘 허기지고 배가 고팠지

그래서 소쩍소쩍

목이 매였나 보다

이제는 살만해져서

푸근해지고 뭉특해졌나

솥 적다 솥 적다 솥 적다


아픔도 세월이 흐르면 추억이 된다더니

허기진 삶도,

무섭던 오늘 밤도, 내일 아침도!

솥 적다 솥 적다 괜찮다 괜찮다

마음을 살랑살랑 어루만진다

말랑말랑 말랑해진 마음에

정겨운 소쩍새가 운다. 솥 적다 솥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