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감정의 조개껍데기 #002,
따뜻해야 할 점심시간이 차가웠다.
나는 애써 아무것도 듣지 않는 척했다.
그리고, 조용히 용기를 건넸다.
밥을 먹으러 들어간 작은 돈까스집에는 조금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서빙하던 아주머니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사장님에게 연신 혼나면서 일하고 있었고, 그 장면을 보고 듣자니 괜히 나까지 눈치가 보였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작은 식당이라 너무 잘 들렸다. 필사적으로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하면서 (절대 조금도 두리번거리거나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애꿎은 돈까스를 뒤적거리는 것이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면서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가방 속에 있던 캔디 한 봉지를 꺼냈다.
"이거 드세요."
작게 웃으며 아주머니께 건넸다.
아주머니는 나에게까지 "못 챙겨드려서 죄송하다"라고 사과하셨다. 사과를 받으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 순간 쩔쩔매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가 보였다. 일을 처음 시작하고 주눅 들어 여기저기 사과하던 모습. 적성을 찾지 못해 꽤 오랜 기간 방황하고 실수하고, 사과하고 또 실수하던 사회초년생 시절의 나.
이젠 너무 오래된 일이라 다 잊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불쑥불쑥 아주 오래 전의 내가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건 부끄러운 기억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조용한 기억이 되어 있었다.
그건 작은 캔디 하나였지만 사실은 내가 나에게, 그리고 아주 오래 전의 나에게도 건네는 조용한 용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