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씻긴 취미의 조각들 #004, 옛 취미에 대한 단상
흐르는 대로 흘러도 괜찮다고, 춤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겨울이었다.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조용히 나를 갉아먹던 시기. 나는 우연처럼 살사를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회색빛 출근길과 대비되는, 반짝이는 비밀 하나였다.
수요일.
그날은 늘 춤추는 날이었고 나는 회사 가방에 반팔 티셔츠와 반짝이는 춤신발을 숨겨 넣었다. 외투는 두껍고 목도리는 무거웠지만 빠에 도착해 외투를 벗으면 나는 나로 돌아왔다. 땀에 젖고, “한 곡만 더”를 외치고, 막차 시간에 쫓겨 달려 나오면 광대는 붉게 달아 있었고, 입김은 허공에 후하고 남았다.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귀가하던 길에 나는 매번 아주 조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철없음을 배웠고, 거리 두기를 배웠고, ‘흐르는 대로 두는 삶’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진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었지만, 한 바퀴를 돌다 두 바퀴를 도는 나의 발은 눈에 보였고, 그 성장은 날 단단히 버티게 했다.
가끔 그때가 그립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오늘은 춤을 추던 나. 못 이기는 척 뒤풀이도 따라가던 나. 다 같이 모인 술자리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만 오갔고, 우리는 하루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고 그 먼지를 다 털고 나면 어느 순간 조용히 반짝이는 내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