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0. 일. 시계를 보니 아직도 컴컴한 시각, 새벽 5시다. 벌써 캐리어는 차에 실리고 없다. 동굴호텔이고 뭐고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이 눕고 자고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할 뿐이다. 가이드가 이렇게 말 잘 듣는 팀은 처음 본단다. 전원 24명이다.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이지만 내가 보기에도 모두 잘난척하는 사람 없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체험하는 열기구 투어는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활동] 중에 하나라고 하였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일출과 함께 보아야 금상첨화라고 한다. 날씨나 예약 상황에 따라 진행이 안될 수도 있다는 가이드의 안내가 있었지만 내심 안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날씨 영향으로 진행이 힘들면 파묵칼레에서 대체 선택관광이 된다고 하였다.
열기구 하나 타보겠다고 우리 모두 부스스한 얼굴로 버스에 앉아 연신 나오는 하품을 해대며 목적지에 도착하니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가스를 주입하고 있는 "쏴-아" 하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렸고 희미하게 밝아오는 동쪽 하늘의 붉은 기운을 받아 큼지막한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둥그런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다. 과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다행히 우리에게 오늘 이 열기구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하느님께서 주셨다. 우리 일행 24명 전원, 같은 열기구에 탄다고 하였다. 세 칸으로 나뉜 열기구가 생각보다는 엄청 컸다. 두둥실 오르는 열기구 아래 펼쳐진 카파도키아의 세상 모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광경을 연출하였고 멀리서 붉은 태양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여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서서히 하늘을 오르며 이리저리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누비기 시작하는 열기구들은 그야말로 명품 광경이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열기구 안에서도 사진을 연신 찍어댔고 감격에 겨워 말없이 멀리 보이는 광경을 지긋이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 이 세상에 왔더라고 이런 액티비티 한 경험을 하고 있구나,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었다. 열기구를 타는 것과 아울러 하늘아래 펼쳐지는 카파도키아의 그 울룩불룩한 자연경관을 내려보는 느낌이 일품이었던 것이다. 눈으로 보는 맛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오고 가는 이동 시간까지 거의 3시간쯤 걸린 것 같다. 내려서 우리는 와인파티를 하고 다시 그 잔에 팁을 드렸다.
다시 우리를 태운 버스는 신비로운 지하도시 [데린구유]에 내려놓았다. 최대 3만 명이라는 인원까지 수용이 가능하다는 대규모 지하도시이다. 역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교육기관, 교회, 와인저장고 등을 축조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인데 정확한 시기에 관하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거대한 도시에 이르기까지 40여 개의 거주지가 발굴되었다고 하나 우리는 일부만 관람하고 나왔다. 그야말로 지하동굴도시를 허리 굽혀 걸으면서 인간의 역량이 과연 어디까지일까? 싶은 생각을 끝도 없이 하게 한 지하도시였다.
다시 우리는 원추형의 탑이 아름다운 메블라나 박물관으로 향했다. 성당과 사원, 수행장 등이 정갈하게자리 잡고 있는 이 박물관은 성당으로 쓰였던 장소만 문을 열었다고 한다. 튀르키예 메블라나교단 본산지로서 1950년에 행해진 메블라나 추모행사로 부활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를 돌아본 우리는 다시 온천으로 유명한 아피온으로 1시간 30여분을 달려 실내 수영장까지 갖춘 호텔에 도착하였다.
튀르키예에 와서 식사를 몇 번 하였지만 끼니때마다 나오는 닭고기 케밥, 양고기 케밥을 비롯하여 갖가지 모양을 한 치즈와 빵이 다양하게 나왔으나 나는 입맛에 당겨지지 않아서 고생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육, 해, 공 가리지 않고 잘 먹던 내 식성이었으나 몸이 피곤한 탓인지 식사 때가 되면 얼른 당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내일은 휴양지인 안탈리아로 이동한다고 한다. 아, 먼 나라여행은 가능하면 다리에 힘이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름대로는 체력이 강하다고 자부했었건만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