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쉽게 바꾸지 못하는 성향이다. 내가 자주 가는 미장원은 25년째 단골이다. 처음 그곳을 갔을 때 나는 교직생활을 하던 때였다. 항상 몸단정, 바른 마음 가짐을 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었고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원장님과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부터 그냥 마음이 끌렸다. 물론 머리모양도 내 마음에 들게 해 주셔서 자주 가다 보니 25년째다. 사소한 개인사까지도 나누어 소통하는 우리 사이인데, 원장님이 내게는 친언니 같은 푸근한 느낌이 들어 내가 씩씩하게 다가갔고 원장님도 성큼 받아주셨다. 손님과 주인을 떠난 인간관계로 다가간 것 같다. 원장님은 수많은 사람을 상대했을 것이고 그 속에서 또 세상의 여러 가지를 듣고 보고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하면 잘 들어준다.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조곤조곤 말해주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아, 이 사람의 생각에는 깊이가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구나.' 싶었다. 마음적으로 힘들 때 많은 위안을 얻었다. 약간의 우울감이 있어서 불면증에 시달릴 때 병원을 찾지 않고 머리모양을 핑계로 들렀다 오면 그냥 밝아졌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보탬이 되었다. 가끔은 내가 미장원에 가야 할 시간을 놓쳤다 싶으면 "쌤요, 요즘은 퇴직했다고 머리모양에 관심 없나요?" 장난스러운 쪽지가 온다. '아, 맞다. 미장원 갈 시간이 넘었네'싶어서 순간, 거울을 보면 어느새 하얀 눈발이 내리고 부스스한 머릿결을 지닌 누군가 서 있다. 어제는 느긋하게 깻잎김치를 좀 많이 담갔다. 거의 두 달 만에 가서 그동안 쌓인 이야기도 나누며 염색을 하고 원장님께 슬그머니 깻잎김치를 드렸더니 함박웃음이다. 그리고 올 때는 직접 키운 파와 무를 차에 실어준다. 덥석 받았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역시나 미장원은 자주 가야 하나보다. 내가 변신을 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에는 원장님의 "깻잎김치로 입맞이 확 돌아왔다, 잘 먹겠다"라고 쪽지가 와 있었다. 같이 늙어가며 나누는 서로의 손맛에 더한 묵은 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