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혼 40주년, 연애기간 4년까지 합하여 44년을 함께 한 남편과 4월 한 달을 제주도에서 살아보기로 한 계획이 확정되었다. 모든 결정을 나에게 맡긴 남편의 기대와 달리 나는 숙소부터 수많은 정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결국은 결정의 어려움을 고백한 후 오늘 오전에 둘이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매달린 끝에 거의 석 달만에 기본 사안이 결정된 것이다. 기본 사안이란 의식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칠 숙소 결정과 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것까지를 말한다. 단, 우리의 제주도 한 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합의사항이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진 우리는 가능하면 서로 양보하여 한 달 끝나고 나서 다툼 없이 같은 날에 함께 돌아오기이다. 함묵적인 합의아래 둘이는 손도장을 찍었다.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는 오늘 현재다. 아, 살다 보니 가슴이 설레는 일도 있구나 싶다. 그렇다고 남편과 단 둘이 가는 것에 대한 설렘은 절대 아니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 숲세권 주택을 예약하고 완도에서 우리 차를 여객선에 싣고 가기로 예약을 하였다. 첫날부터 마지막까지의 활동 계획을 남편이 짜기로 하고 그 외 식사를 비롯한 매뉴얼은 내가 맡았다. 가장 중요한 돈에 대해서는 총결산 후 남편이 2/3를 부담하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나의 노동력이 더 비싸게 고려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진짜 돈 잘 안 쓰는 남편이 요즘 들어 지갑을 살며시 열고 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친정오빠가 사정이 있어서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바람에 친정 아부지는 굳이 딸인 나도 "제주도는 안된다." 하셔서 부산에서 하루 놀다 왔었다. 두고두고 신경질이 나는 이야기다. 옆에 있는 남편이 그 사정을 알기에 언젠가는 같이 가서 푹 쉬다 오자고 말하곤 했다. 벌써부터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내가 나를 보며 다짐한다. "그동안 니 수고했대이. 이제부터 자식 걱정 말고 우리 부부 둘의 남은 인생, 멋지게 채워가며 살아래이." [로또부부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아주 적나라하게 글로 옮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