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다는 움직이는 줄 알았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고,
파도는 쉼 없이 달려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태안의 갯벌은 달랐다.
물살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평야처럼 고요한 바다가 남아 있었다.
햇살은 흙빛 물결 위로
부드럽게 쏟아지고,
바람은 바다인지 들판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공간을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 문득,
바다도 멈출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갯벌 위에는
발자국도 있었고
조용히 움직이는 갈매기도 있었다.
그들의 작은 흔적이
햇빛에 반짝이며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그곳은 분명 평야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평야는 숨 쉬는 바다였다.
흙과 물,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그곳에서
나는 묘하게 편안해졌다.
편안해진 순간,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모든 것을 멈췄다.
뇌에서, 몸에서,
모든 공기를 빼내려는 듯.
고요함의 한계를
잠시 느껴보려는 듯.
그렇게…….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시원함을 느낀다지만
그날 나는
‘멈춤’을 배웠다.
소리 없는 바람,
움직이지 않는 수평선,
그리고
나 혼자만의 느린 시간.
태안의 갯벌은
내게 조용히 물었다.
“당신의 하루는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