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창가에 피어난 붉은 위로

말없이 곁에 있어준 것들

by 멈춤의 일기장

거실 창가에 빨갛게 피어난 탐스러운 제라늄 한 송이가
마음을 가득 메우는 아침이다.


여러 개의 꽃송이가 모여
마치 커다란 붉은 장미 한 송이를 보는 것처럼
나의 겨울 창가를 열정으로 밝혀주고 있다.


사실 지금은 꽃이 필 시기는 아니지만
실내 온도가 훈훈한 탓에
이 아이는 일 년 열두 달을 쉼 없이 꽃을 피운다.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 아래,
땅에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란 꽃들과는 달리
고층 아파트의 작은 화분 속에서 피어나다 보니
꽃송이가 크지 않은 것은 감안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을 하루같이 피어주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함께 올라온다.


제라늄의 잎을 손으로 살짝 쓸어
그 손을 코에 가져가면
형용할 수 없는 알싸한 잎사귀의 향기가 난다.
그 향이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을 쫓아준다고 하니
더욱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십여 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겨
함께 살아온 반려식물이다.


처음에는 하나였던 제라늄 화분이
지금은 여섯 개로 늘어났는데,
그 안에는 조금 웃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공놀이를 하다가
웃자라기만 하던 제라늄 화분을
공으로 자주 건드려 가지를 꺾어놓곤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꺾어진 줄기를 다른 화분에 꽂아주었고,
다행히도 튼튼하고 기르기 쉬운 식물이라
자리를 잘 잡고 지금껏 살아
꽃을 피우고 있다.


아들이 이제 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니
참으로 기묘한 세월이 아닐 수 없다.


그 긴 시간을 함께하며
이 아이는 우울할 때마다
내게 위안을 건네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창가에 놓인 몇 개의 화분 사이를 서성이다가
초록색 크레파스로
반창고를 붙이듯
우울한 마음 위에 색을 칠하면
어느새 마음은 차분해지고
감사한 기분이 스며든다.


햇살 환한 창가에
붉은 제라늄 꽃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 깊은 곳까지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다시 보고, 또다시 보게 되는
나의 반려식물에게
오늘도 사랑과 감사를 보낸다.


이런 것이 행복일까.
글을 쓰는 내내
감사와 행복이 함께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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