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잠들지 못한 이유
점심 식사가 끝나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너튜브 캠핑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 남자는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캠핑을 다니는 사람이었다.
폭우가 쏟아져도, 폭설이 내려도
그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능숙하게 텐트를 치고
갖은 살림 도구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손에 익은 듯한 동작으로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고, 또 맛있게 먹었다.
어쩜 저렇게 잘 먹을까 싶어
먹방 너튜버를 보는 것 같다고 웃었고,
요리도 너무 잘해서
혹시 요리사 출신이 아니냐며
칭찬에 또 칭찬을 얹어가며 영상을 시청했다.
그렇게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다.
“나도 저렇게 캠핑 한번 다녀보고 싶다.”
남편은 잠시 말이 없더니
마치 오래 품어두었던 생각이라는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퇴직을 하면
1톤 트럭에 지붕을 얹어서
둘이 천천히 다녀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때쯤이면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을 테니
무리하지 말고
이렇게 저렇게 다니면 좋겠다는
나름의 계획도 덧붙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살살, 조금씩만 다녀보자고.
아직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정말 시작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그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나는 대체로 녹초가 된다.
몸이 먼저 늦은 낮잠을 청하고
늦은 낮잠을 자야 겨우 다시 움직일 수 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아직 오지 않은 캠핑을
벌써부터 상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즐거운 캠핑이 될지,
사소한 일로 매일 다투는 캠핑이 될지,
비가 오면 투덜대고
바람이 불면 서로를 탓하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미래를
이렇게 함께 그려본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을 채운다.
캠핑이 아니라도 좋다.
트럭이 아니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어느 날의 상상이
이렇게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 만큼
따뜻했다는 것.
오늘의 일요일 저녁은
녹초가 되기보다는
조금 들떠서
천천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