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가에 앉아
머리를 해야겠다.
요 며칠 펌기는 없어지고 어중간하게 긴 머리는 C컬로 뒤집어졌다.
아니, 그냥 마음이 심란해진 것일까.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수다스러운 사람들, 책을 펴 놓은 사람들,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들,
바람에 나부끼는 광고 플래카드.
눈앞의 야산에는
마른 잎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나무들,
빛바랜 짙은 초록색의 소나무들,
나뭇잎 하나 붙어 있지 않은 벌거숭이 나무들.
벼를 다 베어낸 논에는
누르스름한 벼 밑둥이들이 남아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저 외롭고 고독한 일상을 말하고 싶은 걸까.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본다.
무슨 일이 있냐는 듯
흰 구름은 말없이 서서히 바람에 밀려가고,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파란 하늘도, 구름 속에 숨은 해도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자갈에 돌돌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처럼
평온하기만 하다.
나 혼자만 평온함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내 마음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일까.
새까만 커피 한 잔을 마주한 지금의 마음은
모든 색의 물감을 섞어 버린 그런 마음이다.
내 색깔이 필요한데
당최 그 색깔을 찾을 수가 없다.
어제도 오늘처럼,
오늘도 내일처럼
노력이라는 말이 참으로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하루란,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아도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때그때의 충동이 매일을 지배한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
왜 그 생각을 이제야 했을까 싶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어야겠다.
그러면 마음도 조금은 정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