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시작되는 날, 마음의 풍경
다시 한파가 시작되었다.
거친 바람 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파가 시작되는 날이면 하늘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푸르름을 자랑한다.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리다.
문을 꼭 닫아두었는데도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스며든다.
집 안의 공기까지 얇아진 것 같아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쪽이 서늘해진다.
유리창 너머로는 나무들이 하루 종일 몸을 흔든다.
버티는 것인지, 흔들리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이상하게도, 이런 날엔
하늘이 더 맑아진다.
차가운 공기가 먼지를 쓸어내린 뒤에야
남는 색이 있다는 것처럼.
파란빛은 시리도록 선명해서
눈은 자꾸 찡그려지고,
그럴수록 마음도 더 깊은 곳까지 드러난다.
나는 가끔
추위가 단지 날씨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작아지고, 움츠러드는 날들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괜히 겁이 나고,
괜히 서둘러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지는 날.
하지만 창밖의 나뭇가지는
그 얇은 몸으로도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잎 하나 달고 있지 않아도
비어 있는 가지 끝마다
다음 계절을 위한 숨이 남아 있는 것처럼.
푸른 하늘은
오늘도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추운 날은 추운 대로 지나간다”는 얼굴로
고요하게 빛난다.
나는 그 앞에서
괜히 가슴이 시리다 가도
어쩐지 조금 안심하게 된다.
어쩌면 한파는
나에게 묻는 것 같다.
“너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니.”
그리고, “너는 무엇을 놓아도 괜찮니.”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린 날,
나는 오늘도
이 차가움이 지나갈 자리를
조용히 비워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