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길을 잃은 날

by 멈춤의 일기장

오늘 낮은 이상기온이라 해도 될 만큼 날씨가 너무 덥다.
내일 당장 여름이 온다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것 같다.
땅은 녹아 아직 더 자야 할 만물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은 날이다.


사람도 기온이 급격히 변하면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 흔들리기 마련인데,
오로지 물과 흙, 햇빛에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 식물들은
얼마나 고단할까.
동물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시골길을 걷다 도로 옆에서
뱀 한 마리가 또아리를 튼 채 죽어 있는 모습을
손으로 들어 보여준 적이 있었다.
보기에 어린 뱀처럼 보였는데,
계속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의 엄동설한으로 바뀌는 바람에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


이러다 정말 지구가
자구적인 노력을 하듯
스스로 빙하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나는 과연 내 아이들에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아무 걱정 없이 말해줄 수 있을까.


너무 앞서간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날이 따뜻해서인지
아파트 화단에 새들이 유난히 많이 날아와 있다.
끼리끼리 모여 속삭이듯 지저귀는 모습이
제법 정겹고 어여쁘다.


소나무 껍질 틈을 부리로 쪼아대며
벌레를 잡는 녀석도 있고,
떼를 지어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법 소란스럽게 날아다닌다.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저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 한편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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