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 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보기만 해도 배부른 내 새끼.
사랑하는 내 새끼.
너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별도 달도 다 따줄 수 있고,
내 목숨이 하나도 아깝지 않아.
그래서 우리는,
너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네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다 시켜주고 싶어.
그런데,,, 아가야.
우리는 너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다 하게 해 줄 수는 없단다.
정말로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참 앞뒤 안 맞는 아이러니지?
그게 왜 그러냐하면 말이야,
세상에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야.
네가 맛난 열매를 얻고 싶으면,
너는 먼저 땅을 파는 노력을 해야 해.
그리고
씨앗을 땅에 심는 품을 들여야하고,
몇날 며칠을 기다리며
물을 주고, 해를 쏘여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거름을 주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해.
물론 엄마 아빠는 네 앞에 바로 맛난 과일을 바로 대령할 수 있어.
그치만 아가야.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 어른이 될테고,
어느 순간 우리는 너의 옆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시간이 오게 될거야.
우주의 이치에 따라,
언제까지 우리가 너의 옆에서
네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고 대령해줄 수가 없는 노릇이거든.
그래서 엄마 아빠는
너에게
기다리는 연습을 시켜야 해.
당장 가지고 싶어도 참는 연습을 시켜야 해.
놀고싶지만 할 일을 먼저 하게끔 단호하고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하기도 해.
기다리고 참는 일은 참 지루한 일이야.
참으로 할 일 없고, 재미없고, 지루하고 지루하고 또 지루하기만 하지.
그렇지만 말이야, 아가야.
네가 스무살이 되어 멋진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
엄마 아빠는 너와 함께 하는 20년이라는 무수한 시간 동안
엄마 아빠 없이도 네가 스스로 너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켜주어야 해.
그러니
순간 순간 엄마 아빠가 너를 속상하게 하는 것 같고, 야속하더라도
우리가 너에게 그런 따끔한 말을 할 때는
마음을 열고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라.
사랑하는 아가야,
너는 사실 지금 너무나 잘 하고 있어.
네가 우리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우리에게는 더 바랄 것 없이 충분하거든.
우리,거기에
설탕 한스푼, 소금 한꼬집을 더 넣어서
우리의 삶이 하루 하루 좀 더 풍요롭고 충만해지게
힘든 순간을 참아내는 순간들을 같이 연습해보자.
그래서, 우리의 삶을 좀 더 밀도있게 꽉 채워보자.
사랑하는 아가야,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사실은 말이야.
엄마도 아빠도 너에게 이런 힘든 순간을 단 한 순간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뭐든 즉각즉각 다 해주고, 네가 활짝 웃는 모습만 매 순간 보고 싶어.
그렇지만 말이야.
아까도 말했듯이,
엄마 아빠가 언제까지나 네 옆에 머무를 수 없가 없잖아?
그러니깐 말이야.
엄마 아빠와 함께, 그런 순간들을 연습하고 함께 이겨내보자.
우리도 너에게 그런 힘든 순간들을 연습하게 하는 이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볼께.
우리 함께 매일 조금씩
커나가 보자.
진짜 어른이 되어가보자.
우리,
함께.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