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 편
이 논문을 쓸 때, 연구 참여자셨던 6개월 딸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제가 살면서 '이렇게 나를 다 줄 수 있는' 이런 존재가 생길 줄 몰랐어요.
나는 참여자 분의 이 말씀이 이 문장의 핵심을 다 담아내는 말 같다.
'나를 다 내어줄 수 있는 존재', 그러므로 아이를 위해 뭐든 다 해줄 수 있다 생각드는 마음.
세상에는 수많은 인연이 존재하고, 이 인연은 너와 나의 만남, 즉 관게 맺기를 통해 연결된다.
그 중 우리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 맺는 관계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부모와 자녀 사이'이다.
우리는 엄마 아빠가 주는 사랑을 먹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아주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무엇이든 내어준다.
그런데 그 아주 특별한 케이스가 생각보다 또 많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마음으로부터 자녀를 거부하는 부모도 분명 있다.
원치않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아이를 대할 때, 혹은 자신의 감정의 쓰레기통쯤으로 아이를 대할 때,
그런 부모는 아이에게 상상도 못할 정도로 함부로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는 영혼의 상처를 입고 살아간다. 정말, 정말 슬픈 일이다.
이런 이슈로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부모에게 못 받은 사랑과 기대와 지지와 위안을 상담사에게서 채우고, 무조건적인 따뜻함을 경험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것이 이런 분들을 위한 상담 과정이다.
그러니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 자녀를 키우는 것, 자녀가 제대로 큰다는 것은
'부모가 나를 위해서 뭐든지 해 줄수 있다.'는 마음이 전달되는 일인 것 같다.
뭐든지 다 해주는 사람, 다른 말로 하면, '내 편'이다.
무슨 말을 해도 눈치보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해도 당당하다.
왜냐하면,
내 편은 나에게 눈치주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해도 잘했다고 해주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면 진짜 내 편은 '나'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내 행동'만 지적한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소중해. 너를 사랑해.'라는 메세지도 함께 준다. 그래서 눈치볼 필요가 없다.
나를 변명하고 포장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올라간다.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러니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의 마음과 나의 욕구를 내려놓고 ‘내가 이 아이를 위해서 뭐든지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오롯이 저 아이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세상 대부분의 부모는 처음에,
그런 마음으로 내 아이를 만난다.
아이가 태어나던 그 순간을 떠올려보자.
아이를 바라보는 매 순간 그 핏덩이를 보면서 감격스러웠던 그 때를 항상 떠올리자.
내 아이가 아기였을 때, 이 아이를 위해서 뭐든지 해 줄 수 있겠다 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말자.
초심을 잃지 말자.
왜냐하면, 아이가 크면서,
곧
전쟁이 시작될테니까 말이다. ^^;;;;;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