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아들이 7, 8살 때 쯤인것 같다.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참 장난이 심했던 아들에게 무언가 위험한 장난이어서 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알았다고 대답한 아들이 30초도 안 되서 방에 들어가 움직이는 소리가 딱 '그 무언가'를 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 생각에 천장까지 짜여진 책장을 타고 기어올라가는 것 아니면, 맨손, 맨발로 문지방을 타고 천장까지 기어올라가는 것이었을 거다. ^^;;;)
하여튼
나는 그때 주방에 있었지만, 그 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들렸고, 심지어 소리에 맞춰 얘가 뭘 하고 있을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기까지 했다.
"아들~~~. 하지마~~~~~~!"
그 소리에 갑자기 아들이 사부작 거리는소리가 뚝, 멈추고, 잠시 일시정지.
아들이 쫓아 나오더니 한다는 소리가,
"엄마!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그냥 다 보이는구만~ ^======^;;;;;;;)
"너, 모르지? 엄마,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어~ 니가 어디서 뭘 하든 다~~~~ 보여!
그러니까 안 들킬려면 조심해~~"
그 얘기를 들은 아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표정으로, 정말 진지하게 나에게 오더니,
"엄마 잠깐 앉아봐."이러고선, 진짜로 뒤통수에 달린 눈을 찾겠다고 내 머리카락을 막 들추는 것이 아닌가.
(아, 귀여운 놈! ^^)
"있어?
"아니"
"잘 찾아봐. 거기 있잖아. 안 보여?"
"......어, 안 보여."
"아~ 너 아직 어리구나? 어린이한테는 그거 안보여~ 어른들 눈에만 보여~ 엄마들은 하나씩 다 달려있어~!
"......"
아들이 좀 컸을때 문득 궁금해서 아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생 각나냐고.
그랬더니 아들이 그때 자기 진짜 얼마나 놀랐는 줄 아냐고.
진짜 진심으로 믿고 그 이후에 엄마가 또 뒤통수에 달린 눈으로 볼까봐 놀다가도 한번 씩 생각했었단다.
완전히 속았다면서. 히힛~ 성공! ^++++++++++^
그날, 귀신을 본 것 같은, 그러면서도 살짝 의심스러워 하는 아들의 그 표정이라니.
놀리는 맛이 쏠쏠했는데. 이젠 다 커버렸네. 아~~ 아쉬워라~.
부모가 된다는 건, 이런 것 아닐까?
이처럼,
내 아이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내 눈 앞에 있지 않아도 다 보이고, 다 들리며,
천장에서 나는 소리에 윗집 아기가 콩콩콩 뛰는 모습도 다 보이고, 한밤 중에 옆집에서 우는 애기 소리가 내 귀에 벼락같이 들려 벌떡 일어나게 되는,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게 들리는 그런 초능력 같은 것이 새롭게 장착되는 일.
내 한 몸만 책임지고 살면서 나 하나 담고 살아내기 충분했던 나의 세상이 얼마나 작고, 좁았는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얼마나 멀리까지 봐야하는 지를 배워가면서 끝이 없는 그 무한함을 체감하게 되는 일.
더불어,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동시다발적이고, 필수불가결하며, 정말로 다양한, 여러 세상을 아이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사는 이 지구촌의 수많은 가정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느껴가면서
나만 이러고 살고 있는게 아니라는 위안도 받게 되는 일.
그냥,
한 생명을 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게 어렵고 험난한 과정인지 온몸으로 겪어가면서 조금 더 나를 확장하는 일.
그런 일.
부모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고민하면서 만들어 낸 새로운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부모가 만들어 준 딱 그 세상, 그 안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키운다.
그러니
부모가 된다는 것은
넓고 보고, 깊게 생각하며, 언제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하고도 다채로운 시선이 새롭게 장착됨을 경험하는 일인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