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Vol.23 나침반

by 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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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은 침묵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아무 말 없이, 흔들리는 바늘 끝만으로 우리를 이끌지만
그 끝엔 늘 알 수 없는 길이 있다.
바람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속삭이고, 길 위의 돌들은 목적지를 속인다.
하지만 나침반은 흔들리지 않는다.
동, 서, 남, 북.
그 끝없는 고집 속에서도 가리키는 방향이 옳은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어떤 날엔 나도 나침반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이 흔들려도 어디로 가야 할지 분명히 알고, 그 길이 험난해도 멈추지 않는 존재.
하지만 나는 늘 길을 잃고, 바람에 밀려 방황할 뿐이다.
나침반은 말한다.
방향은 하나지만, 길은 많다고.
결국 나아가야 할지는 나의 몫이라고.
나는 그것마저 믿지 못한 채
손안에서 떨리는 바늘 끝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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