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Vol.22

by 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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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전철은 철로 위에 그려진 긴 호흡이다.
규칙적인 흔들림 속에서 창밖의 풍경은 어제와 오늘을 잇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간을 품은 채 침묵 속에서 지나친다.
출발과 정차를 반복하는 이 공간엔
수많은 이야기들이 스친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한숨,
멀리서 들리는 낮은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차창에 비친 얼굴처럼
희미하게 흔적만 남긴다.
속도를 더할수록 창밖의 세상은 흐려지고,
달리는 전철 안에서조차
누구는 정지된 마음으로,
누구는 앞만 보며 내릴 역을 세고 있다.
그 순간이 전부인 듯,
서로의 인연은 몇 초간 얽히다 풀어진다.
전철은 우리를 실어 나르지만
때로는 우리가 전철을 떠나보낸다.
우리가 바라본 풍경과 지나친 역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처럼
멀리, 아주 멀리 흘러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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