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Vol. 20 방구석

by 무화

방구석은 작은 우주다.

여기엔 시간도 공간도 흐르지 않는다.

햇살은 창문 너머 희미하게 흘러가고

바깥의 소음은 벽에 부딪혀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방구석엔 오래된 기억들이 쌓여 있다.

구겨진 종이 한 장, 바래진 사진 몇 장,

한때 소중했던 물건들이

먼지 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무겁게 내려앉은 고요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꺼내 본다.

여기에서조차 제대로 닿지 못한 마음들,

누군가에게 보내지 못한 말들,

쌓이고 쌓여 무늬가 되어버린 방구석.


이 공간은 어딘가 불완전하고,

어딘가 아늑하다.

마치 떠나고 싶은 마음과

머물고 싶은 마음이 싸우다 멈춰버린 곳.

방구석엔 그래서,

언제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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