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9 놀이터
놀이터
어린 시절, 놀이터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미끄럼틀은 하늘로 가는 길이었고,
그네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모래밭에 그리던 집은
진짜 우리만의 성이었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비틀거렸고,
철봉에 매달린 손끝은 늘 아팠지만,
우린 웃으며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꿈인지도 모른 채.
시간이 흘러,
비어버린 놀이터를 지나칠 때면
녹슨 철봉과 퇴색한 미끄럼틀이
조용히 나를 부른다.
그때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모래 속엔 여전히
우리의 작은 발자국이 묻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