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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by 무화

시계


시계는 늘 같은 속도로 걷는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침묵 속에서

시간을 나누어 담아낸다.


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는

할머니의 집에 있던 그것과 닮았다.

규칙적으로 울리던 초침 소리가

밤의 고요를 깨우던 그 시절.

그 소리가 따뜻했던 이유는

아마 그 곁에 누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시계는

손목 위에서 조용히 움직일 뿐이다.

아무리 바라봐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은 흘러가고 있지만,

어떤 기억들은 그 속에서 멈춰 있다.


시계는 멈추지 않지만

내 마음 속의 시간은,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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