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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Nov 19. 2021

아이를 찾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왜

김영하 작가의 단편집 '오직 두 사람'에 실린 아이를 찾습니다는 jtbc드라마페스타로 먼저 접했다.

2회 방영분 중 1회를 보김영하 작가원작이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드라마의 결말이 원작에 충실더 좋았다. 원작의 반전 엔딩이 충격적이지만 열린 결말 같아서 희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구성은 복잡하지 않으나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실종 아동을 잃은 슬픔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었다.




실종 아동이 돌아오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이 이야기는 아이가 돌아오는 시점부터가 갈등의 시작이다.



지나고 보니 어찌어찌 견뎌냈다.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결승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평범한 일상이었던 성민의 가족은 성민의 실종 이후 모든 게 무너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이 될 것이다.

성민이 사라진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를 포기할 수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은 성민의 부모를 낭떠러지 끝으로 몰고 갔다. 남편은 직장을 잃고, 아내는 정신을 잃었다. 더 나빠질 것도 없을 만큼의 빈곤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성민 아빠는 아이가 돌아오면 이 고난이 사라질 것 같다. 다시 직장을 잡고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예전의 행복했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1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는 아이에 대한 희망 하나로 버티기엔 너무 무겁고 가혹했다.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죄인 것 같아

지인에게 묻는 성민 아빠.


"이제 그만 해도 될까?"

누구라도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세월호를 타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생각이 났다. 차가운 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아이 시신이라도 찾으려 밤낮없이 기다리던 유가족들의 모습이 겹쳐 보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내 눈으로 보기 전에 아이를 포기할 수 있을까?


아이는 그런 존재이다.

내 뼈이고 살이고 심장과 같은, 나와 분리될 수 없는 존재,

아이가 사라지는 것은 내가 사라지는 것이고, 내가 사라져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절망으로 다 놓아버리려던 어느 날,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왔다. 하지만 잔인한 시간은 성민의 가족에게 행복을 돌려주지 않았다.


친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이 유괴범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거운 성민은 처음 보는 친부모님과 열악한 환경의 집까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11년 만에 돌아온 성민을 알아보지 못하는 성민 엄마와 혼란스러운 성민 사이에서 생계까지 위태로운 성민 아빠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의심 두려움이 가득한 성민과의 거리감을 좁히기에 11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적응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원망과 오해의 골은 깊어지고, 성민의 가족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내가 유괴범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자살해버린 유괴범에게 원망조차 할 수 없는 성민 아빠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하는지, 가혹한 운명이 원망스럽다.

조현병이 심해진 성민 엄마의 실족사로 성민과 아빠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져 버리고, 성민은 가출을 한다. 그토록 찾았던 아이가 돌아왔는데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만 남기고 다시 이별하게 된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아픈 마음을 그리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충분히 현실적이어서 안타까웠다.

성민이 떠나고 빈 껍데기만 남은 듯 눈동자가 텅 비어버린 성민 아빠, 성민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걸까 성민이 원망스러운 걸까.


삶의 목적은 이미 사라졌고
의미 같은 건
원래 없었던 것 같았다.




어느 날, 성민의 여자 친구가 찾아와 성민의 아기를 맡기고 간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내가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은 살인자의 기억법이 유일해서 작가님의 스타일은 잘 모르지만, 핑크빛 결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예상 밖의 반전 결말  충격적이었다. 비극일까 열린 결말일까


성민이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줄 아이, 상황은 비극이지만 그 아이가 성민과 아빠의 끊어진 마음을 이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다. 아기를 바라보는 성민 아빠의 표정에서 예전에 성민을 바라보던 따스한 눈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멀리서 비극인 삶도, 가까이서 보면 순간순간 희극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착하게 산다고 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삶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삶의 양면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거친 돌 사이에서 죽을 힘을 다해 피어있는  풀꽃애처롭기도 하고, 그 삶이 대견해서 잠시 미소 짓게도 는 것, 그런 게 삶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작가심사 때 제출했던 글 중 하나인데요. 브런치에 보관하고 싶어서 다듬어서 올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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