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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Oct 31. 2021

연애를 종료합니다.

이별, 다시 사랑 (유미의 세포들)

이별의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이 행복하다면

아직은 사랑하는 걸까?

함께라는 익숙해짐과의 이별이 두려운 걸까...


잊고 있던 연애세포를 깨우는,

내 마음이지만 나도 알 수 없는 마음,

그 안에 숨겨진 감정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하는

유미의 세포들(tvn drama)이 연애의 종결로 끝이 났다.


로맨스보다는 스릴러나 장르물이 취향이기도 하지만,

이 나이쯤 되면 로맨스를 봐도 별 감흥이 없다는 슬픈 현타...^^;;

그럼에도 유미의 세포들을 한껏 몰입해서 보게 된 이유는

유미의 마음을 세심하게 보여주는 세포들의 스토리가 꽤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미의 우선순위는 늘 사랑이었다.

유미의 프라임 세포가 사랑 세포이기 때문인데, 신기하게 사람들마다 프라임 세포가 다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어떤 이는 외모에, 어떤 이는 재테크에, 어떤 이는 지식적인 갈망이 ,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다르니 말이다.

그러니, 나의 감정을 온전히 공감해주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들도 조금 이해가 된다. 감점적으로 섬세한 세포들이 훨씬 많은 유미와 이성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알고리즘을 가진 웅이 , 같은 포인트에서 공감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비슷한 경험은 우리도 가끔 하고 있다.

친한 언니가 이 시 너무 좋다며 불쑥 카톡이 왔다. 어떤 부분이 좋은지, 어디서 뭉클한지, 읽고 있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말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하게 된다. 나의 유일한 감성 동지이다.

우리는 아마 감성 세포가 프라임 세포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다른 사람들은 왜 이 시에 아무 감흥이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감동을 나누고 싶어서 보냈다고 했다. 아마도 언니와 나에게는 비슷한 세포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공감이라는 것은 나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하지 않는다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유미와 웅이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에 틈이 생기고, 불편한 오해들이 생긴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서 생기는 간극을 좁히지 못해서 괴롭다.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서로의 다름에서 오는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르고, 결국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글 좀 써주실래요?


내 꿈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 유미의 다음 남자 친구로 매우 유력해 보이는 유바비 대리,

그는 다정한 사람이다. 배려를 알고,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서도 세심하게 마음을 읽어내어 위로를 건네면서, 적절한 선은 지키는 젠틀한 사람. 여자 친구와의 이별로 유미와 비슷한 상황이라 유미를 더 잘 이해한다. 그래서 그의 위로가 더 따스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그가 유미의 오래된 꿈을 두드렸다. 우연히 발견한 SNS의 글을 읽고, 유미에게 홍보팀의 SNS 업무를 제안한다. 재능이 없다고 포기했지만, 가장 하고 싶던 일이었다. 그런 자신을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하고 싶던 일을 제안받은 유미의 마음이 얼마나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을지, 보고 있는 내 마음이 벅찰 지경이었다.

그가 유바비가 아니라 웅이였다면 더할 수 없이 완벽하겠지만, 그건 아니란 건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용기 한 스푼 빌려오기


망설이는 유미에게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유바비, 유미는 용기를 내어 보지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에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 세포들이 보여주는 기발한 방법!! 용기 빌려오기 ^^

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방법이라니!!


맞다. 우리는 하고 싶지만, 망설여질 때 물어본다.

"나... 할 수 있을까?'  (하고 싶다는 말이다.)

"잘 못 하면 어떡하지?" ( 잘할 수 있다고 말해줘~ 제발...)

"내 선택이 틀린 거면 어떡하지?"

(틀린 선택이라도 사실 너무 하고 싶어. 맞다고 말해줘~ 간절히 애원하는 중이다.)


'오래'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민망한 긴 시간을 깨고 재취업이라는 문을 두드릴 때, 나도 그랬다.

"나이도 어리고 똑똑하고 일 잘하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나를 뽑아줄까?"

"해봐!! 떨어지면 딴 데 또 넣으면 돼지. 혹시 모르잖아? 네가 뭐가 어때서? 내가 도와줄게 해봐!!"

언니의 든든한 용기를 틈 날 때마다 빌려왔었다.

"이 일이 물꼬를 터서 네 운이 달라질 거야. 잘한 거야, 너무 잘했어!! "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면 확인받고 싶은가 보다. 내 용기로 부족할 때마다, 용기를 빌려줄 누군가에게.



이곳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유미 인생의 1순위는 늘 사랑이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이별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1순위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


웅이와 유미는 1순위가 다르다. 웅이의 1순위가 유미가 아니라고 웅이가 유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미의 1순위가 웅이라고 해도 자신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유미는 웅이와의 이별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꿈에서 만난 유미의 세포는 이곳의 주인공은 한 명이라는 이야기를 해 준다. 프라임 세포가 사랑 세포일 만큼 사랑이 중요한 유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미 자신이다.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수시로 변동이 되기도 한다.

결혼하기 전, 나의 우선순위는 나였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나의 우선순위는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를 지워버린 우선순위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가 우선순위인 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사랑도 희생도 행복한 거 아닐까?



그때 난 처음으로
너랑 내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너무 당연한 건데



이별을 이야기하는 웅이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다름이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별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행복하려고 하는 사랑인데, 사랑이 괴로움으로 변질된다면 그 사랑을 이어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서로를 위해 놓아주는 것도 사랑이다.


이건 비단 남녀 간의 사랑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모든 관계에는 이런 불편함과 행복이 공존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갉아먹어가며 희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희생이 아니다.



함께이던 시간을 홀로 채워간다는 것은

한 사람만큼의 온기가 빠져나가고

그만큼의 그리움이 시리게 파고드는 것이다.


이별은 아주 많이... 아프다.

그리움을 잘 달래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으면 ,

아픈 이별도 행복한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조금은 단단해지고,

가끔은 아파하면서 살아가는 게 또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왜 이럴까, 도무지  모르겠다면,

유미의 세포들에게 물어보면 될 거 같다.

명쾌한 대답을 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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