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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Nov 01. 2021

세상에 쉬운 일이 있어?

너 하는 일은 쉬워? 어렵지. (인간실격을 맺음 하며 )

세상에 쉬운 일이
 있어?
너 하는 일은 쉬워?
어렵지..



박스 줍는 일힘들다고 그만두면 안 되냐는 딸에게

아버지는 네가 더 힘들지 ,

내가 뭐가 힘드냐고 되묻는다.


세상에 태어나서 뭐라도 되고 싶었다는 딸에게

삶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셨던 아버지.

그렇게 딸의 곁을 떠나셨다.


인간실격은 삶과 죽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상에 관한 많은 생각들을 남긴 채 끝이 났다.


서로를 희생할 순 있어도
좋아할 순 없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남편에게 하는 부정.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둘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안되어 버리니까.

망가질 수는 없으니까 당신에게 이야기한다고,

당신도 그래서 나한테 묻지도 않은 첫사랑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는 부정,


그냥 가지고 있기에는 커져버린 마음을 그렇게라도 눌러 담으려는 것 같다. 부정에게 다 줄 수 있다는 남편의 말에 부정은 자신도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희생할 순 있어도

좋아할 순 없는 거라고.

그 마음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서로가 걱정되지만 위로가 되어줄 수 없는 관계,

희생할 순 있어도 사랑할 수는 없는 관계.

세월이 만든 무뎌짐인지,

어딘가에서 틀어져버린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부부라는 관계가 그렇기도 하더라... 정도...?

부부의 연이라는 매듭은 ,

시작은 하나였던 것 같은데, 엉켜진 매듭을 풀려니 왜 이리 많 모르겠다. 풀려고 할수록 더 묶이는 것도 같고, 풀릴 듯하다가 더 엉켜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서로가 버거워지면 잘라내기도 한다. 전생이 있다면 , 이런 게 '업' 인가 다.


한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도, 내 보내는

내 의지로 되지 않는다.

마음에 들여서 안 되는 줄 알면서 나도 모르게 들어오는 순간있을 수도 있겠지. 마음이 마음대로 되면 문제 될 게 있을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겠지.

서로를 위해서라도 그 마음은 잘 넣어두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걱정하는 강재의 메시지를 부정은 한참을 바라본다. 그리고 대화방을 나간다. 두 사람만의 시간 속에 강재만 남겨둔 채.

(알 수 없음)이 되어버린 카톡방은 어떤 대답보다 강재에게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부정의 마음도 강재는 알 것 같다. 어차피 아는 결말 아니었을까.



별이 빛나는 한낮에


Jtbc 인간실격 16화


처음부터 함께 하려고 했던 마음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하려 했던 마음도 아니다.

우연이라는 얄궂은 인연으로 어쩌다 보니 서로를 보듬어 주게 되었고, 당연하게 이별했다.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엔딩은 우연한 만남으로 마무리된다. 별이 빛나는 한낮에.


별이 빛나는 한낮이었을까?

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데.

서로를 볼 순 없어도 어딘가에서

서로를 향해 마음을 비춘다는 의미일까.


작가님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해석하고 싶었다.

한낮에는 보이지 않아도 어둠이 내리면

서로의 빛이 보이는 별빛처럼,

가장 외롭고 힘들 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를.

지금 내가 보는 하늘을

그 사람도 볼 거라는 생각만으로 힘이 되기를.

그 사람 가슴에서 오늘은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지 기를...

서로의 마음속에 그렇게 아름답게 남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마도 나는

언젠가 마흔이 넘으면

서울이 아닌 어느 곳에 작은 내 집이 있고

빨래를 널어 말릴 마당이나 그게 아니면 작은 서재가 있고

그리고 운이 좋으면 내 이름의 책이 있는

그런 사람이 돼 있을 거라고

그게 실패하지 않는 삶이라고

그게 아버지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그냥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거 같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요

아버지, 나는

이제 죽음이 뭔지

산다는 건 또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결국 죽는 일도 사는 일의 일부라는 걸

그땐 왜 알지 못했을까요.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하루도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어떻게 남은 날들을 살아가야 좋을지

알 순 없지만,


아버지,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제게

세상에 태어나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이미 눈으로 몸으로 삶으로 얘기해왔었다는 걸

아주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버지

부디 편히 쉬세요.


- '인간실격 ' 부정의 내레이션 중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흘러나오는 부정의 내레이션에 가슴이 먹먹했다.

뭐라도 되어야 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아무것도 되지 못해서 삶을 놓고 싶었던 부정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삶과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냥 살아도 팍팍한 삶인데,  재난상황까지 겹친 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삶이란 게 참 질기고도 억척스럽다. 언제 끝이 날까, 끝이 있기는 할까 막막하고 캄캄한 순간, 때로는 선물 같은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부정과 강재가 보았던 그날 밤 은하수처럼 말이다. 그 희망을 잠시 빌려 또 내일을 견뎌본다.


우리는 마음에 저마다의 고독을 가득 안고 살아간다.

넘칠까 들킬까 아슬아슬한 감정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척 나를 속여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 어디쯤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인간실격을 보면서 살아내는 것도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왜 이런가 ,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무기력과 싸워가며

오늘을 무사히 살아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몫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부정이 삶에 다시 마음을 내어주어 다행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오늘 살아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버텨냈는가를.


사는 게 어렵지? 외롭지..?
사는 건 외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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