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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Jan 12. 2023

cctv도 필수품인가

석 달 전쯤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기괴한 일이 생기면서 cctv를 고민했었다. 다행히 목격자가 있어서 경찰 신고와 조사로 마무리되었지만, 언제 다시 재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늘 있었다. 기괴한 일의 장본인이 아파트 거주민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가족의 약속을 받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파트의 비상계단은 화재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탈출을 위한 비상구가 되지만,  cctv 한 대도 없는 비상계단은 아이러니하게도 범죄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고가의 아파트에는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층별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고, 경비실을 거쳐야 출입이 가능한 그런 곳은 비상계단에도 층별로 cctv가 있을까 궁금하긴 하다.


출입문의 도어록이 올려져 있는 일이 몇 달 전에 있었다. 그때는 왜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들어가면서 내리지 않고 들어간 걸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바보, 도어록은 내려야 문이 열린다.


며칠 전 아이가 들어오면서 도어록이 올려져 있더라는 얘기를 듣고 그날 일이 생각이 났다. 심지어 아이가 들어온 시간은 내가 들어온 시간과 불과 삼사십 분 차이 밖에 에 나지 않았다.

저녁 6시 30분에 , 미치지 않고서야 , 당연히 사람이 집에 있을법한 시간에, 대담하게 남의 집 도어록을 올리고 문이라도 열려고 한 것인지, 도어록만 올리고 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쪽이든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굵직굵직한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인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현관문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름이 끼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가정용 cctv를 검색했다.

놀라운 건 나와 비슷한 경험으로 설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저녁에 사람이 당연히 있을 법한 시간에 도어록을 올리고 비번을 누르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만 겪은 일이 아니라는 현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용이든 내돈내산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오전 내내 블로그와 후기를 읽었다.

지난번 일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싶어도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학습했다. 영상만큼 확실한 증거가 있을라고. 이번에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세대에서 개인적으로 설치한 cctv 덕분이었다.


결국, 통신사와 결합된 홈가드 제품을 계약했다. 아직 설치도 안 했는데 불안함이 반 이상 사라졌다. 불안함을 없애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지출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 매달 나가는 건 화나고 속 쓰리지만 어쩌겠어, 커피 좀 덜 마시지 뭐, 불안해서 잠 못 자는 것보다는 낫다 이러면서... 훔쳐갈 것도 없는데 cctv라니,

드라마 속 재벌 집도 아닌데 cctv라니,

씁쓸하고 쓰리다.

그래도 매일 불안에 떠는 것보다는 낫겠지.

잘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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