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부풀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현실의 매서움을 느끼기 전까지.
사서교육원 첫 수업을 가던 날 마음이 그랬다.
내 꿈에 한 발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기대,
이 길의 끝에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을 거라는 믿음 같은.
연령대는 다양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정사서 과정은 준사서 자격 취득 후 실무 경력이 있어도 지원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실무를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았다.
대부분은 비전공자에 다른 업종의 일을 하시는 듯했고, 제2의 직업으로 도서관을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고, 책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로또가 당첨돼서 먹고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어느 시골 마을에 작은 책방 할머니로 늙어가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1년 과정 12과목을 배우고, 주 2회 오프라인, 주 1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비대면도 실시간 수업이 3과목이나 되었기 때문에 주 3회 저녁 3시간은 수업을 받아야 한다. 강의를 듣고 과제와 시험만 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별과제와 발표 같은 프로젝트 과제가 절반 이상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수업을 듣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조별과제는 많이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했고, 호불호가 많은 수업 방식이었다.
학부생과 달리 실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론만으로는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숙지할 수 없다. 취업 연계나 취업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듣기 어려웠다. 사서교육원에서 1년 동안 들었던 수업은 자격증 취득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과락 기준이 있지만 점수가 부족할 경우 재시험을 통해서라도 과락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같았다. 재시험을 친 분들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12과목 중 실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과목은 자료조직론과 목록조직론이다. 가장 어려웠던 수업이었고, 시험 친 후 그나마도 잊어버려서, 실무를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공부가 필요한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도서관은 사서직 공무원과 수많은 기간제 근로자가 함께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 6개월 단위로 채용을 하고, 주말 단기간이나 갑작스러운 결원으로 인한 2~3개월 근무직을 채용하기도 한다. 기회의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글쎄.... 1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2년 이상이 되면 정규직 전환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의혹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서는 사서직 공무원에 가깝다. 기간제 근로자는 사서 업무를 보조하는 도서관 서비스 직이다. 민원 응대도 하고, 사서 공무원의 업무 보조까지 다양하고 많은 업무를 한다. 6개월 계약이 끝나면 같은 도서관에 연이어 채용될 수 없어, 6개월마다 철새처럼 새 도서관을 찾아가야 한다. 6개월마다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도 엄청난 행정 낭비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나는 6개월짜리 도서관 기간제 근로자가 되기 위해 사서 교육원에 진학했다.
내 꿈은 도서관이었다. 하루 종일 서가에 책을 꽂느라 손목이 시큰거리고, 민원 응대에 시달리기도 하고, 안전 주의 스티커를 붙였다 뗐다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 진땀을 빼더라도, 그 공간이 도서관이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몇 개월짜리 기간제 근로자일 뿐이지만, 내게는 그곳이 꿈이었다.
사서교육원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내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출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6개월 기간제 근로자 취업문이 그렇게 좁을 줄이야.
도서관 경력이 없으면 무경력자일뿐이다.
컴활 자격증 하나 없는 나이 많은 무경력자,
석사든 뭐든 비전공자일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서관이라고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