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력 나이 많은 지원자
사서 교육원의 수업은 6월 초 기말고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성적 처리 후 자격증 실물을 받는 것은 7월 중순 경이다.
기말고사 후, 채용공고를 찾기 시작했다.
도서관 공고는 자체 홈페이지, 구청, 일자리정보망, 사서카페, 등 다양한 루트로 확인 가능하다. 대부분의 하반기 기간제 공고는 6월 초부터, 빠른 곳은 5월부터 공고한다. 주말 단시간 기간제는 14시간 근무가 대부분인데, 15시간 이상이 되면 주휴수당 등 처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추측. 하긴, 학교에서 기간제 강사로 근무할 때도 주 14시간 근무였다. 정기적인 채용 공고는 6개월 단위로, 작은 도서관 채용의 경우에는 구별로 1년 단위가 일반적이다. 중간에 결원이 생길 경우, 도서관 개관을 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채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하철 출퇴근이 가능한 곳 위주로 지원하였다. 최저시급에 가까운 월급에서 지출 내역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격증 취득이 7월이므로, 취득 예정자도 지원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공 도서관부터 지원했다. 정규직도 아닌 기간제 근로자의 지원자가 그렇게 많을 줄이야. 6명 채용 예정이었는데 면접을 4 배수 이상은 보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면접은 3배 수로 보는데, 왜 그렇게 많은 인원의 면접을 보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면접이라 너무 긴장되었다. 면접관은 2명, 단독 면접이었다. 자기소개를 비롯, 일반적인 질문들이었고, 무난하게 대답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느낌상 불합격일 것 같았다. 경력자들이 많아 보였고, 젊은 지원자들도 꽤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나는 자격증 외에 아무것도 어필할 수 없었다. 시간 있을 때 컴활 자격증이라도 따 둘 걸... 하나마나한 후회를 했다. 경력이 없어서 불합격이라면, 경력은 어디서 쌓아야 하나, 막막했다. 결과는 역시 불합격이었다. 그나마 면접에서 우연히 교육원 동기를 만나 이런저런 고민과 응원을 주고받은 것이 조금 위안이 되었다.
두 번째 면접은 대학교 부설초등학교 도서관이었다. 제출서류가 공공 도서관보다 많고 까다로워 기대하지 않았는데 서류 전형은 합격했다. 면접 대기장에서 얼굴만 알던 교육원 다른 동기를 만났다. 나와는 다른 경력이 있으셨나, 그분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뒤에 들었다. 불합격의 이유를 알 수 없으니 혼자서 온갖 경우의 수를 상상하게 되고, 경우의 수만큼 절망하게 된다. 역시 이 나이에 경력 없이는 안 되는 것인가. 낙담하면서도 보이는 대로 지원을 했다.
계속되는 서류 탈락에 자신감은 사라졌고, 괜한 꿈을 꾸었나 돈과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닌가, 후회마저 들었다. 단기간 근로자 채용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른 일을 하면서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면 이대로 계속 지원만 하는 게 나을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불안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서관 지원을 계속하든지, 다른 일을 할 거면 포기하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취업이 안된다고 다른 일을 한다면, 나는 여전히 무경력 나이 많은 지원자일 뿐,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세 번째 면접은 공공 도서관 주말 14시간 기간제 근로자였다. 학교 기간제 지원을 하면서 함께 지원했는데, 면접을 가보니 전부터 근무하던 선생님이 지원을 하신 듯했다. 3 배수 자리 채우기 면접이었다. 주말 근무라도 경력에 도움 되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으로 면접을 갔다.
일반적인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특이한 질문을 받았다.
"우리 도서관은 주차장이 매우 협소합니다. 주말 이용객이 많아서 주차장 밖 도로에 차량 체증이 심합니다. 몇 시간은 주차장 밖 차량 교통정리를 도와주셔야 하는데 하실 수 있으신가요?"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멍해졌다. 나는 사서보조 기간제 근로자 지원을 했는데, 주차관리를 하라는 얘기인가? 주차 관리 요원을 채용하면 될 일인데, 사서직 근로자에게 주차 관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이 어떻게 가능하지? 주차 관리도 하고, 사서 보조 업무도 하라는 뜻인가? 최저 시급 14시간 기간제 근로자에게 참 많은 업무를 기대하시는구나, 그때 느낀 씁쓸함이란... 이게 도서관 기간제 근로자의 현실인가?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함께 면접 보셨던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도 이런 황당한 질문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며칠 후 합격 문자를 받았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님을 알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근무가 어렵다는 전화를 드렸다.
20곳쯤 지원을 했고, 서류 합격조차도 힘들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정사서 자격증 하나로 합격하겠다는 건 너무 욕심인가. 학교에서 기간제 강사로 근무했던 경력이 어느 정도 도움 될 거라고 생각한 내 오만이 부끄러웠다. 무슨 자신감인지.
6개월 기간제 근로자 사서보조가 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6개월을 근무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경력자들과 자격증 소지자들이 지원하는데
마음 한 켠으로 절망을 하면서도 계속 지원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자격증만 받으면 어디든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착각은 무너졌다.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
헛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