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또 다른 현실
불합격의 원인에 대해 고민했다.
50, 무경력, 정사서 2급 자격증, 영양교사 자격증,
내가 가진 자격과 요건으로 서류 전형 합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취업의 기본이라는 컴활 자격증조차 없으니,
면접을 세 번 밖에 못 본 것이 아니라, 세 번이나 운 좋게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것이다.
지하철 출근이 가능한 곳은 거의 지원을 한 것 같은데, 도서관 채용 공고가 매일 나는 것도 아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면 가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A 도서관 채용 공고가 났다. 개관 도서관이다. 지하철 이동과 도보 포함, 1시간 이상이 예상되는 곳.
접근성이 떨어지니 지원자가 적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두 명 채용에 비하면 6명은 많은 인원이다.
결과는 서류 전형 불합격이었다.
B 작은 도서관 채용 공고가 났다. 채용 인원은 1명이다.
결과는 역시 서류 전형 불합격.
C 도서관 채용 공고가 났다. 개관 도서관인데 근무는 개관 전부터이다.
채용인원이 12명, 개관연장과 군립을 포함한 인원이다.
*개관연장은 야간 근무만을 위한 인원이다. 1시~10시 근무이다.
*군립은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한다.
주간 근무가 9시~6시니까,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2시~5시까지 자료실별로 4명이 근무하게 된다.
개관연장은 월급제이고, 군립은 일급제이다. 예산 배정되는 곳이 다르다고 들었다.
개관연장이 월급제이고 급여도 군립보다는 높은 편이었는데 3명 채용이라고 하니 자신이 없다.
9명을 채용하는 군립에 지원했다.
지원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채용 인원이 많으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문제는 집에서 20km 자차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 같은 광역시에 속하는 행정구역은 맞지만 시내가 아니라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저 시급 수준의 월급(월 200 수준)에서 주유비 식대를 제외하면 다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합격의 원인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경력과 자격증 정도이다. 이삼십만 원은 포기하고 8개월의 경력을 얻을 수 있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다. 나이는 어찌할 수 없으니까.
합격 후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 지원을 했다. 이후 몇 곳 정도 더 지원한 것 같다.
1차 합격자 발표 시기가 지원한 곳 중 가장 늦었다.
지원한 다른 도서관에 모두 불합격했을 즈음, C 도서관의 1차 서류 전형 합격을 확인했다.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면접을 보자. 합격 후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
면접을 보러 가면 출퇴근 거리와 시간에 대한 판단이 더 명확해질 거고.
면접 날이 되었다.
차가 밀리지 않아도 30분 정도 거리였다.
이 정도 거리면 첫 경력을 위해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 만난 도서관은 아담하고 예뻤다.
개관 전이라 마무리 작업이 남은 듯했지만, 숲과 바다 사이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내가 꿈꾸던 곳이었다.
도착 전까지 고민하던 출퇴근에 대한 걱정은 도서관 문을 들어서며 사라졌다.
면접관은 3명, 지원자 2명씩 면접을 진행했다.
항상 1인 면접만 보았는데, 함께 면접을 보니 더 긴장되었다.
개관 도서관을 포함해서 경력이 많은 젊은 지원자였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다.
나 같아도 함께 면접 본 지원자를 선택할 것 같았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입으로는 열심히 대답했다.
실무에 관한 질문, 민원 관련 질문이었다.
특히 민원 관련 질문은 정답이 없는 질문들을 많이 하신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감기에 걸렸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용자분을 응대하다가 지적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외모 비하 발언도 하신다면, 어떻게 응대하시겠습니까?"와 같은 질문.
답변의 내용보다 태도나 마인드를 보려는 느낌이다.
나름 차분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없었다. 질문하신 면접관의 반응이 호의적이었다는 느낌이 내 착각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면접을 마쳤다.
면접 전, 대기실에서 사서교육원 동기선생님을 만났다.
면접 가는 곳마다 한 분씩 마주치는 것 같다.
다들 열심히 지원하시는구나, 면접 잘 보시라고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합격해서 다시 뵐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면접 후 최종 발표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내게도 기회가 올까?
2주 후, 합격 문자를 받았다.
내 첫 도서관, 첫 업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