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오픈런

by 디어문

2주 시범 운영 기간 중에는 대출 없이 열람만 가능했다.

처음 앉아본 데스크는 어색하고 긴장됐다. 정리된 매뉴얼만 읽고 또 읽으며 프로그램 여기저기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실무를 직접 해보기 전에는 감이 오지 않았다. 대출이 되지 않으니 열람하는 이용자들이 너무 많아서 책 정리만 하다 하루가 끝났다. 특히 주말은 앉을 곳이 없을 만큼 가득한 이용자들 옆에 책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대출이 시작된 첫날, 도서관 운영 시작 시간이 9시인데 8시 50분부터 이용자들이 들어온다.

뭐가 그리 바쁜지 커다란 가방과 카트를 끌고 바쁘게 책을 쓸어 담는 이용자들을 보면서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했다. 새 책이라 그렇다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먼저 선점하기 위한 것, 성심당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될 법도 해서 혼자 피식 웃었다.


최근 도서관은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자료실별로 공간이 나누어지지 않고 대출하지 않고 다른 자료실에서 읽을 수 있다. 가족끼리 같은 공간에서 읽는 경우 매우 유용한 구조이다. 원하는 책을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이용자 중심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책을 접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1층이 어린이자료실이고 한 층만 올라가면 2층 종합자료실인데 올라가는 계단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다 보니 ,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목소리를 2층 종합자료실에서 공부하는 이용자들은 소음으로 받아들이고 민원의 이유가 된다. 유아와 아동자료실 공간이 협소해서 자연스럽게 외부 공간에서 책을 읽게 되는데, 다른 공간에는 소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가장 해결하기 힘든 민원이었다. 열린 공간의 어쩔 수 없는 구조적 한계이다. 미취학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부모님의 목소리인데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이용자를 이해시킬 방법은 없다. 그저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 말고는. 그렇다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 말라니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첫날 대출이 1000권을 넘었다. 새로 문을 열었다니까 멀리서도 오는 것 같고, 홍보 영상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도 처음으로 회원증을 만들어 대출해 가시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흐뭇해진다. 새로 생긴 도서관이라서 모두 새것이라 너무 좋고, 새 책이라 좋다며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반면 딴지를 거는 분들도 간혹 계신다. 책을 보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도서관 같은 건 왜 만드냐는 생뚱맞은 트집을 잡기도 한다. 책을 안 보는 게 자랑은 아닐 텐데. 같은 논리라면 차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도로는 왜 만들고, 건강한 사람들이 더 많은데 병원은 왜 짓는지 물어보지는 않는 걸까? 책 한 권을 수백 명의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인데 이보다 더 경제적인 공공 서비스가 있을 수 있을까. 더구나 멀티미디어실엔 ott부터 태블릿, pc까지 이용할 수 있다.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서는 창가에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서비스를 회원증 하나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막연하게 시작했던 사서교육원 과정, 나이 50에 무경력,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나 할까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계속 지원하다 보면 한 곳은 받아준다던 말만 믿고 지원하면서도 불안했다. 몇 개월짜리 불안정한 기간제지만 출근하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런 기분으로 출근한 적이 있었던가, 서가를 돌아보고 책을 살피는 일이 이렇게 좋을 일인가, 할까 말까를 고민한다면 후회하더라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후회를 하더라도 미련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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