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공공 에티켓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가는 어린이 자료실에 비하면 종합자료실은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다. 타관 반납이나 신규회원 가입도 어린이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공간이 어린이실이기 때문인 듯하다.
종합자료실은 열람 공간이 많다. 어린이실이 이용자 수에 비해 열람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 비하면 쾌적하게 혼자 독서할 수 있는 1인석이 창가를 따라 배치되어 있어서,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한 소파에 앉아 독서를 즐기시라고 이용한 공간을 코까지 골며 주무시는 이용자들이 종종 있지만, 이용자 측면에서 매력적인 공간이다. 과거 도서관에서 운영했던 독서실 형태의 열람실은 없지만, 개인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좌석들도 많이 있다. 물론 공부를 하라고 만든 좌석은 아니다. 독서를 위한 공간이다. 주말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자리가 꽉 찰 정도로 고정 이용자가 많은 공간이다. 우리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분들을 제재하지는 않지만, 독서하는 이용자들이 앉을 좌석이 없음에도 혼자 2 좌석을 차지하는 이용자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공공에티켓 감수성이 이렇게 낮았던가 난감하기도 하다.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기본적인 에티켓에 관해 이렇게까지 배려가 없으실까 싶은 이용자들이 생각보다 많음에 놀랐다. 도서관이라는 정숙이 기본인 공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큰 목소리로 통화하시는 분들, 진동 모드로 바꿔 달라고 안내드렸음에도 전혀 협조하지 않으시는 분, 자료실 내에 취식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음료 보관대에 음료를 보관하지 않는 분, 통화는 자료실 외부에서 부탁드린다는 안내에도 걸어가며 계속 통화하시는 분, 아이가 소란스럽게 해도 제지하지 않으시는 분, 심지어 아이를 두고 본인 볼 일 보느라 아이는 방치하시는 분들 등, 다양하게 공공 에티켓을 무시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공공시설 에티켓은 초등학교에서 교육받는 기본적인 내용 아닌가.
개관하기 전부터 지하 1층 종합자료실 바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급기야 시설물이 누전되어 펑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수 공사가 시급함에도 시공사는 스케줄을 핑계로 오히려 큰 소리를 쳤고, 무책임한 시공사의 대책에 황당했다. 개관 후 한달 반쯤 지나서야 보수 공사를 진행하였다.
도서관 내에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 문제로 진행하는 보수 공사이고, 소음 발생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도서관이 떠나가라 고성을 지르며 위협적으로 항의하는 이용자, 본인의 유일한 낙이 책 읽는 건데 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냐, 도서관이 이용자를 섬겨야 하는 것 아니냐,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망언을 늘어놓으며 항의를 했다. 그럼 도서관 문을 닫았어야 하나, 도서관 개관 전에는 이용할 수 없었던 공간 아닌가, 물이 새고 누전이 되는데 시끄러우니 보수 공사를 하지 않고 위험한 건물 안에서 이용하도록 했어야 하나.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았다. 혼자 분노를 쏟아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료실로 내려가 책을 보는 이용자.
별의별 이용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이도 아니고 안전 때문에 보수공사하는 것을 시끄럽다고 항의하면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오는 건지, 본인 스트레스 풀려고 오는 건지 판단이 안된다.
모 도서관은 7시에 문을 여는데 여기는 왜 9시부터 이용이 가능한지 질문하시는 분이 계셨다. 열람실 이용을 7시부터 할 수 있는 도서관은 있지만, 자료실 이용을 7시부터 할 수 있는 도서관은 없다. 그럼에도 억지를 부리시는 분도 계셨다. 마감 4분 전에 책을 쌓아놓고 화장실 가시는 분, 마감했는데 대출하겠다 떼쓰는 분, 마감이라고 퇴실 안내를 해도 나가지 않는 이용자 등 책의 종류만큼 다양하다.
혹시 도서관 근무를 책 몇 권 꽂아두고, 웃으며 데스크 업무하면서 좋아하는 책 조용히 읽는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하길 권한다. 종합자료실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린이 자료실의 경우 손목이 나갈 만큼 책을 꽂아야 한다.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은 거의 없다. 이용자가 보기에 별 일 없이 보이는 서가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훼손 도서 수선, 서가 배열 정리 정돈, 서가 청소, 이용자 관련 서비스 업무, 수서 업무 및 장비 작업 지원 등의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민원 업무를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인 업무가 힘든 분이라면 업무 스트레스가 더 가중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업무 만족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 업무가 좋다. 언제까지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이 일을 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길지 않기에 더 소중하다. 아직은.
덧붙이는 말 :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네요. 글쓰는 게 좋아서 시작한 브런치인데, 브런치북을 발행해보니, 글을 잘 쓰는 재능의 유무보다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성실함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