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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Nov 03. 2021

우산 주인님

사랑합니다..

" 우산을 씌워주고 갔대.. ㅠ"

"?? "


라테와 달리, 요즘은 모든 정보와 공지가 캠퍼스 게시판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사적인 고민,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공유되는 모양이다.


아이는 게시판에 감동적인 글이 올라왔다고 했다.

개인 프로필이 있을 정도로 캠퍼스에서 유명한 길냥이 프렌즈 얘기였다.

비 오는 날 자신의 우산을 길냥이에게 씌워주고 아마도 비를 맞고 간 듯한,

(설마 고양이에게 줄 우산을 미리 준비해가진 않았을 테니 ^^;;)

감동의 우산 주인님에 대한 글이 화제라고 했다.

누군가 우산 밑에서 비를 피하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글을 올린 모양이다.


"어떡해 ㅠ 우산을 씌워주고 갔어 ㅠㅠ"

"힝..  심쿵..ㅠ"

"누구신지 모르지만 사랑해요~ 우산 주인님."


해맑고 귀여운 댓글들이 너무 순수해서 웃음이 나왔다.

어디서 온 고양이들인지 모르지만, 긴 시간 캠퍼스에서 보낸 시간들만큼 학생들에게는 이미 특별한 존재였다.

증명사진 같은 프로필 사진과 이름에 포트폴리오까지 완벽한 고양이 백과사전까지 있으니 말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프사로 쓸 사진인 줄 아는 듯,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고양이도 신기하고 사진을 찍은 친구의 정성도 대단하다.)


비대면 학기가 1년이 다 되어가니 학교를 다니는 건지 사이버 대학을 다니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니, 친구들과의 교류는 더욱 힘들다. 학생들은 이렇게 비대면으로라도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듯했다.

만나서 수다를 떠는 대신 게시판에서 비대면으로 수다를 늘어놓는 학생들이 짠하기도 하면서, 자신들만의 소통 방법을 찾은 듯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라는 주제의 다큐 예고를 보았다.

인간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 사실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있다.

책임과 사랑, 존엄에 관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하는 이야기.


모든 생명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동물이든 자연이든 어떤 대상에라도 함부로 해도 되는 권리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겠지.

학대, 폭력, 무시, 모두 나보다 약한 존재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가치관이 만든 괴물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

세상에서 가장 못난 모습이 폭력 아닐까?

물리적 폭력이든 감정적, 언어적 폭력이든 어떤 형태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도 된다는 착각을 하는 순간, 괴물이 되는 것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작은 에피소드 하나에 마음이 금방 훈훈해져서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 같다.

폭력이 전염되듯이, 사랑도 번져 수 있다.

따스한 마음이 또 따스한 마음에게로,

그렇게 세상에 번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우리는 서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을 해 볼 수는 있다.

 

'비를 맞는 고양이가 얼마나 추울까'  

고양이의 마음이 공감이 되는 사람이라면,

내 우산을 고양이에게 씌워 주고 가고 싶을 만큼의

따스함이 있다면,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우산 주인은 비를 맞고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는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행복하지 않았을까?

행복은 그런  같다.

내가 누군가조금 따뜻하게 해 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 된 듯도 한,

그럴  때 괜히 혼자 웃음이 자꾸새어 나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소금이는 특히 창문을 보면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바깥으로 차도 다니고

새도 날아다니고 하는 것이

소금이 에게는 꽤나

자극적인 광경인 모양이다


그때 소금 이를 안아 올리면

심장이 콩닥콩닥

정신없이 뛰는 게

내 손바닥에서 따듯하고

선명히 느껴진다.


보드라운 털

따뜻한 온도

콩닥콩닥 콩닥콩닥

콩닥콩닥 콩닥


모든 생명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본문) 중에서-



고양이에 관한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그려 낸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 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모든 생명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이야기,

내게 주어진 삶이 소중하듯이

보이지 않는 곳에 핀 풀꽃 하나마저도

소중한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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