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문 Nov 28. 2021

날 기억해줄래요

 ( 연모 ost '알아요' 가사 중에서 )

그대가 웃어 준다면
나도 웃게 되죠

날 기억해줄래요
혹시 우리가 헤어진다 해도

-연모 ost '알아요' 중에서-




사극 로맨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 설정, 출생의 비밀, 남장 여자 캐릭터, 불의를 행하며 권력을 지키려는 자, 정의를 지키려는 자, 익숙한 설정과 예상 가능한 스토리인 kbs 드라마 '연모'.

사실 첫회를 보고 마지막 회가 너무 예상되어 보지 않았는데 다시 정주행 중이다. '로운' 앓이에 빠진 아이 옆에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 더 열심히 보고 있다. ^^


뻔한 스토리이지만 촘촘하고 깊이 있는 디테일,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이 꽤 매력적이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 선배 바라기 멍뭉미로 여심을 흔들었던 로운의 연기가 사극에서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여장 남자인 세자를 연기하는 박은빈의 연기력이 드라마를 잘 잡아주고 있다. 어설프게 무늬만 남자이고 누가 봐도 여자 같은 캐릭터였다면 큰 매력을 못 느꼈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여인의 아픔과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이들을 위해 강하게 버텨내는 한 군주의 모습 모두를 잘 표현해낸다고 느꼈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 또한 드라마의 몰입력을 한층 높여 준다.




진짜 두려운 것은
그 진창에 익숙해지고 닮아가는 것


"연은 본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물이지요. 전부 백성들의 귀한 먹거리와 약재로 쓰입니다.

군자라 일컫는 선비들이 연에서 고결함을 보려 할 때 백성들은 생사를 보았을 것입니다.


정지운이 출제한 문제에 세자 휘는 모범답안을 내어 놓았다. 누가 봐도 훌륭한 대답이다.

오로지 백성을 위해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세자 휘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하지만, 정작 세자 자신은 빠져 있다.



" 군주라고 어찌 항상 타인만을 생각하겠습니까?

자애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애민을 베풀 수 있는 법이지요.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나 주변을 맑게 하고,

꽃잎에 더러운 물이 닿더라도 그대로 떨쳐낼 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주변의 부조리한 환경에 물들지 아니하고

홀로 고결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저하 역시 굳건한 군주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연 씨를 드렸던 것입니다.


대의를 운운하며 무고한 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자들이 있다지요.

하나 그 어떤 대의도 백성들의 목숨보다 가치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하께서도 진흙탕 속에서도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판별하고 다잡을 수 있는 고고함을 잃지 마시옵소서."


세자의 답변은 훌륭했지만 정지운은 자신이 의도한 답은 아니라고 한다.

세자가 말한 그 모든 일을 흔들림 없이 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자 자신의 굳건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또한 그것은 자신의 두려움이기도 했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아버지를 보면서 흔들리지 않기를, 현실에 타협하며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에 대한 간절함 같은 거였다. 진창이 익숙해질까 무엇보다 두려운 사람은 정지운 자신이었다.






'연모'는 이전 사극 로맨스에서 보여줬던 몽글몽글하고 알콩달콩한 씬들은 최소화한 느낌이다. 대신 조금은 무거운 주제들을 깊이 다루고 있다.


모르지 않지만 모른 척 살아가는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

명분, 대의, 신념, 정의, 희생 같은 가치들이 과연 골동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그런 가치들을 외면하고 사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던져 주는 것 같다.

귀찮다고 소용없다고 모른 척하던 정치판 이야기들, 나는 과연 모른 척 살아가도 괜찮은 것인가.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느새 나도 그렇고 그런 꼰대가 되어 정치인들에게 그저 쉬운 한 표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

kbs 드라마 '연모' 중에서


"적절히 내려 참 좋은 비처럼 저 역시 저하께 그런 사람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저하께서 제게 그리하신 것처럼 말이죠."


세자에게 좋은 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정지운.

어떤 고백보다 설레고

어떤 사랑보다 깊은 마음 느껴진다.


연모를 가장 잘 담고 있는 ost '알아요' 가사가 '린'의 애절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사랑의 아픔을 더해준다.

보는 것만으로 따라 웃게 되는 사람,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어서 아픈 사랑,

언젠가 헤어지더라도 기억해달라는 말이

두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 같아서 슬프고 아름답다.


촉촉한 가을비 같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 연모'

개인적으로 인트로 영상이 너무 예뻐서 더 좋았다.

언젠가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울 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