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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50개 나라 : 미국

 “미국은 왜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초강대국이 되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가설적인 해답은 다양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다원주의, 합리주의, 개척정신 등 미국이 주창해온 구호는 여러 가지다. 미국은 50개 주가 합쳐진 연방국이다. 주(state)는 영어 표현처럼 하나의 국가 개념으로 형성되어 온 것으로 말하자면 미국은 50개 나라가 한 나라가 된 것이다. 개인이 50 대 1로 겨룬다면,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홀로 50명의 사람을 대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물론 연방국이라고 하여 모두 힘이 센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기본 바탕은 역시 50개 나라가 뭉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 가진 힘의 근원을 여러 가지로 논할 수 있겠지만, 본 저서에서는 이를 미국이 연방 체제에서 경제적ㆍ사회적 통합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각 주 상호 간의 통상, 즉 주간 통상(Interstate Commerce)을 보호하고 장려하여,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가 자기 주의 이익을 내세우며 흩어지지 않도록 연방 체제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주간 통상에 관한 주요 판결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연방국인 미국은 기본적으로 주가 다양한 면에서 미국인의 생활을 규율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연방은 연방헌법에 명시된 권한만을 행사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노동관계에 관한 규율이 중앙정부의 권한인 우리나라에서 국회가 전국에 적용하는 근로기준법과 노사관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방국인 미국은 그렇지 않다.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주의 소관 사항이기 때문에 연방의회가 이와 관련하여 전국에 걸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을 제정하려면 연방헌법에서 부여한 권한에 근거했다는 논리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방 법률인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1938))과 노사관계법(Labor Management Relation Act(1947))은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기업 내 근로조건과 노사관계가 각 주 상호 간의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제정한다는 논리를 취했으며, 해당 법률에 이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의 제정 목적이 주가 기준 이하의 노동 관행을 만들어서 이를 주간 통상에서 자기 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의 제정 목적은 근로기준의 설정을 통한 근로자의 생활 보장이 핵심이다. 물론 미국의 각 주가 제정하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의 목적과 유사하면 될 것이다. 


 미국은 주와의 권한 관계 때문에 연방이 권한을 행사하는데 신중해야 하는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 외국과의 통상 및 각 주 상호 간의 통상에 관한 규율 권한은 마치 단일정부의 의회처럼 연방의회에 절대적으로 부여되어 있다는 초기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래로 통상과의 관련성은 연방 법률을 제정하는 ‘마법 지팡이’가 되기도 하였다. 사실상 통상과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억지로 통상에 연결하여 무소불위로 연방의회가 미국인의 생활을 규율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한 1990년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있기는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 가입 강제가 당연하게 적용되어 온 것에 반하여 미국은 연방 건강보험법인 소위 오바마케어의

건강보험 가입 강제 조항이 통상과의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연방헌법상의 다른 근거가 필요했던 것처럼 모든 사항을 통상과 연계할 수 없는 제약이 있지만, 통상과의 실질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면 주가 규율할 대상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연방은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본 저서에서 주간 통상과 관련된 주요한 판례들을 알기 쉽게 풀어서 살펴보고 그 의미를 모색해 봄으로써 50개 주의 통합을 통해 미국의 힘을 만든 하나의 근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훗날 남북한이 하나의 단일국가로 가는 통합과정에서 연방제는 아닐지라도 두 체제가 공존하면서 상호 간에 협력해야 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각각 주권을 가지고 있는 여러 주를 통합하면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한 조각일지라도 시사점을 도출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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