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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연방과 주의 통상 권한

연방의회는 각 주 상호 간의 통상을 규율할 권한을 갖는다


 통상(Commerce)은 일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등의 거래를 의미하는데, 흔히 나라와 나라 간의 무역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통상은 물품 등의 거래뿐 아니라 운송, 통신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다른 주에 거주하는 빈곤층을 주 내로 데려오는 것을 불법화한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 '사람'도 통상 규율의 대상으로 보았다. 주간 통상이란 말 그대로 각  주 상호 간의 통상을 의미한다. 연방헌법 제1조 8항에서 연방의회에 외국과의, 각 주 상호 간의, 그리고 인디언 부족과의 통상을 규율하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통상 조항은 미국의 경제에 대한 규율 권한을 연방의회에 부여한 법적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연방헌법이 연방의회에 주간 통상을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통상의 의미와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연방과 주 사이의 권한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연방헌법은 통상의 의미에 관하여 정의하지 않고 연방헌법에 근거한 일부 법률에서 통상 또는 주간 통상의 의미에 관하여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정근로기준법 제3조에서는 통상의 의미를 ‘각 주 상호 간의 또는 하나의 주와 그 주의 외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래, 상업, 운송, 전송, 통신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연방과 주 사이의 권한 관계와 관련하여, 통상의 의미와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듯 ‘주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중요하다. 명확하게 주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행위뿐만 아니라 주 내에서의 행위이더라도 그것이 다른 주와의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이 역시 ‘주간’ 통상과 관련된 행위로 인정한다.


 주 내의 수로에 대하여 특정인에게 주가 독점권을 부여한 것이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을 위반했다고 본 1824년 <기번스 v. 옥덴> 판결 이래로 시대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은 특히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시기인 1937년 이후에는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규율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였다. 연방의회는 주간 통상을 규율한다는 논리를 적용하여 사실상 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규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95년 <미국 v. 로페스> 사건에서 학교 구역에서의 총기 소지까지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금지한 총기금지학교구역법의 관련 조항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함으로써 연방의회가 통상 조항을 마법 지팡이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주간 통상을 규율하는 권한은 연방에 속하기 때문에 주는 연방의회의 명시적인 법률이 없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주의 기업에 비하여 자기 주의 기업을 우대하는 내용의 법령을 제정하는 등 주간 통상을 저해하는 정책을 취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주가 자기 주의 신발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기 주의 업체는 그러한 제품을 생산하지 않지만 다른 주의 업체만 생산하는 독특한 문양의 신발의 판매를 어떤 그럴듯한 명분을 들어 금지한다면, 이는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에 위반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통상 조항은 각 주 상호 간의 또는 외국과의 통상을 제한하는 행위 및 독점을 금지한 셔먼법(Sherman Act (1890))과 이를 보완한 클레이튼법(Clayton Act(1914)) 등과 같이, 주간 통상을 보호하거나 장려하기 위하여 연방의회가 적극적으로 연방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도 상정하고 있지만, 주가 주간 통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통상 규율권을 위한 연방과 주의 경쟁 관계


 주간 통상에 관한 규율 권한은 연방에 전속된 권한이라는 견해와 연방과 주가 공유하는 권한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주 역시 주간 통상과 관련된 일정한 규율을 할 수는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론적으로는 주간 통상에 관한 직접적인 규율은 연방에 전속된 권한이고, 주 내에서의 통상에 관한 규율은 주에 전속된 권한이다. 그러나, 주 내에서의 통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등 주 내의 통상인지 또는 주간 통상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 통상이 순전히 하나의 주 내에 국한된 사안이라면 물론 주가 전속적으로 규율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주 내에서의 통상에 관한 규율이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는 이는 결국 주간 통상에 관한 사안이 되어 연방이 규율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주는 충돌하는 연방 법률이 없고 주간 통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에 관해 규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범위 내에서만 연방과 주가 권한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주가 보건, 안전, 복지 등 주의 소관 사항에 관하여 규율하는 과정에서 주간 통상에 부수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 주의 규율이 그 자체로 또는 그 효과에 있어서 다른 주를 차별한다면 중대한 주의 이익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러한 입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봐야 하나, 주의 입법이 차별적이지 않다면 주의 이익과 주간 통상에 대한 부담을 비교하여 주간 통상에 대한 부담이 주의 이익에 비해 명백히 과도하지 않다면 그러한 입법은 허용된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주간 통상에 일부 부담이 따르더라도 이보다는 주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주의 규율 권한을 인정할 수 있다. 


 주의 이익과 주간 통상에 대한 부담을 비교한 사례로, 애리조나주의 과일 및 야채 표준화법은 포장 규격을 준수하지 않은 멜론의 주간 판매를 금지하였는데, 이는 주내 재배자의 명성을 유지하려는 합법적인 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주간 통상에 대한 부담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되어 위헌으로 판결되었다. 또한, 주간 통상을 제약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연방이 주에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다른 주가 그곳에서 활동하는 자기 주의 보험업체에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경우 자기 주에서 영업하는 다른 주의 보험업체에 보복적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연방법에 의해 허용된다. 연방법이 보복적 과세를 허용하는 것은 일견 주간 통상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애당초 보복적 세율을 적용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면에서는 주간 통상을 보호하기 위한 규율로 볼 수 있다.


 또한, 주정부가 시장에 대한 ‘규제자’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통상 조항에 따른 엄격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정부가 어떤 원재료가 부족한 시기에 주정부가 운영하는 원재료 기업이 다른 주에 그 원재료를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일견 주간 통상을 저해하는 것이지만, 주정부가 시장 참여자의 일원으로 행위를 하는 경우이므로 허용된다. 





주간 통상 규율의 3가지 범주 : 통상의 경로매체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


 앞서 언급한 <미국 v. 로페스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과 관련하여연방의회가 규율할 수 있는 범주를 3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통상의 ‘경로’이고, 둘째는 통상의 ‘매체’이며, 셋째는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범주는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연방의회의 규율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주로 세 번째 범주와 관련이 있다. 연방대법원은 통상에 대한 영향을 무한정으로 인정하지 않고, ‘실질적인’ 영향으로 제한함으로써, 연방이 사실상 미국인의 모든 생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방이 주의 권한 영역을 침범하여 마치 주의 경찰권을 행사하듯이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으로 제한하더라도 여전히 생활의 모든 국면을 통제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첫 번째 범주인 주간 통상의 경로는 이를테면 수로, 항로, 고속도로, 철도, 전화선, 인터넷 등 주간 통상이 이루어지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주간 통상의 경로에 관해서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도 규율할 수 있다. 규율의 목적이 경제를 보호하거나 활성화하는 것일 필요가 없으며, 주의 소관 사항인 보건, 안전, 복지, 주법원에서의 절차적 권한 등과 관련되어 있어도 상관이 없다. 연방의회는 이와 같은 주의 전통적인 규제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주간 통상의 ‘경로’를 규율하는 것이라면 경제 및 통상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은 따질 필요가 없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두 번째 범주인 주간 통상의 매체는 기차, 버스, 트럭, 선박, 비행기 등 경로에서의 이동 수단을 의미하고, 규율의 범위에는 이와 관련된 사람 및 물자가 포함된다. 연방의회는 주간 통상에 대한 위협이 오로지 주내 활동으로부터 기인한다고 할지라도 주간 통상에 놓여 있는 차량 등의 이동 수단, 사람, 물자에 대해 규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주의 철도회사가 같은 주 내에 있는 두 지역 간의 장거리 철도 여행에 대한 요금보다 이보다 짧은 거리의 주간 여행에 대한 요금을 비싸게 책정한 경우, 연방정부가 철도회사의 요금을 규율하는 것은 두 번째 범주인 주간 통상의 매체에 관한 규율권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차라는 매체와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물론 주간 통상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이라는 면에서 세 번째 범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범주인 통상의 매체와 관련한 규율은 주간 통상의 경로에서 발생하는 활동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첫 번째 범주의 부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범주는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인데, 이 범주에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고, 실제 판례에서도 많이 다루어져 왔다.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규율 권한은 연방과 주 사이의 권한 배분과 관련되어 계속 논란이 되어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방헌법 제10조에 따라 연방정부는 엄격하게 지역적인 주 경계 이내의 사안에 대해서 간섭할 수 없는데, 연방정부가 통상 조항을 근거로 규율하는 사안의 상당수가 주 내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통상 조항을 근거로 행위를 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연방의회는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미국의 통상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법률을 제정할  있지만이는

기본적으로 통상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권한이고어떤 행위를 강제하는 권한은 아니다즉 연방의회는 통상 조항을 근거로 행위를 할 의사가 없는 자가 어떤 행위를 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무활동'을 규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오바마케어 보험 가입 강제 조항은 법적 다툼에서 헌법에 부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연방헌법의 통상 권한에 근거한 것은 아니었고, ‘과세 권한’에 근거를 두었다. 즉,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납부하는 제재금은 국세청에 귀속되므로 사실상 세금과 같은 것이어서 연방헌법의 과세 권한을 근거로 가입 강제가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연방의회는 주의 권한에 속하여 직접 규율할 수 없는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과세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 통상조항을 근거로 국민에게 행위를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이를 근거로 연방이 주에 어떤 입법 또는 행정행위를 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다. 


 이처럼 통상 조항을 근거로 어떠한 행위를 강제할  없다는 점은 연방정부가 전국적으로 코로나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주목되었다. 통상 조항에 근거하지 않고도 전염병 확산 등 국가적 위기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주정부와는 별도로 연방정부가 어떤 행위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율할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비록 직접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면, 정부로부터 허가된 양을 초과하여 작물을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국 추가로 필요한 작물을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 경우처럼 간접적으로 어떤 행위를 사실상 강제할 수는 있고,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이미 발생한 차별에 대한 시정을 강제할 수는 있다는 점이다.



통상 권한 (헌법 제1조 8항 3호)

연방의회는 외국과의, 각 주 상호 간의, 인디언 부족과의 통상을 규율할 권한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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