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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주 내의 사안에 연방이 개입하다

1. 주가 수로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다


 오래되었지만,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과 관련한 중요한 선례가 되었던 사례들을 우선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로 <기번스 v. 옥덴 (1824)> 사건이다. 1798년 뉴욕주 의회는 로버트 풀턴과 그의 후원자인 로버트 리빙스턴에게 뉴욕주 내의 모든 수로에서 수십 년 동안 독점적으로 증기선을 운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독점권 부여의 조건은 허드슨강에서 시속으로 약 6.4킬로미터를 운행할 수 있는 증기선을 개발하는 것이고, 풀턴과 리빙스턴은 1807년에 마침내 조건에 부합하는 증기선을 개발하였다. 새로운 증기선 운행 사업이 좋은 돈벌이가 될 것으로 생각한 경쟁자들은 어쩔 수 없이 풀턴과 리빙스턴으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들은 통상을 규율하는 연방의 권한은 주의 권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뉴욕주 의회가 풀턴과 리빙스턴에게 부여한 독점권은 주간 통상에 관한 연방의회의 규율 권한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다툼을 시도하였다.


 사업가가 된 뉴저지주의 전 주지사 애런 옥덴은 처음에는 이들의 독점에 대항하려고 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1815년에 리빙스턴과 풀턴의 양도인으로부터 사용 허가를 취득하였고, 그 후 조지아주의 토마스 기번스라는 사업가와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몇 년 후에 기번스가 해안 무역을 규율하는 1793년 연방법에 의해 허가받은 뉴저지주의 엘리자베스 타운과 뉴욕시 항로 (옥덴이 뉴욕주로부터 독점권을 부여받은 항로와 겹치는 항로) 상에서 별도의 증기선을 운행하면서 이들의 제휴는 파국을 맞았다. 옥덴은 기번스가 자신의 독점사업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를 뉴욕주 법원에 제소하였고, 1820년에 주법원은 기번스에게 영구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주 내의 사안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


 독점권 침해 여부가 발단이 된 본 사안의 실질적인 쟁점은 주간 통상과 관련한 연방과 주의 권한 문제였다. 연방대법원까지 간 본 사건에서 옥덴에 대한 뉴욕주의 독점권 부여가 헌법에 어긋났다고 주장한 기번스가 최종적으로 승리하였다. 옥덴 측은 연방의회의 통상에 관한 규율 권한은 제품의 운송과 판매에 적용되는 것이고, 항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지만, 연방대법원은 통상은 각 주 상호 간의 물품 거래뿐만 아니라, 항해가 어떤 방식으로든 외국과의, 각 주 상호 간의, 인디언 부족과의 통상과 관련이 있다면 그러한 항해를 비롯한 경제적 교류도 포함하므로 상기 연방법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주간 통상을 규율하는 연방의회의 권한은 각 주의 외부 경계선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주 내부로 뻗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통상에 대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통상을 규율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한을 의미하는데 통상이 전적으로 하나의 주 내에 국한되지 않는 한 연방의회는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주간 통상을 규율하는 제반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통상에 관한 규율 권한은 다른 모든 헌법상의 권한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완전하고 최대한으로 행사될 수 있고, 헌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는 제한 없이 행사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뉴욕주의 독점권 부여 및 이를 위반하는 자에 대한 금지명령은 뉴욕주 내의 수로에서만 효력을 갖는, 즉 주 내의 사안이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옥덴 측의 주장에 대하여,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뉴욕주의 주법은 독점을 금지하고 있는 연방법에 위배되어 무효일 뿐만 아니라 증기선 운행이 뉴욕주를

출발하여 뉴저지주에 이르는 복수 주 사이의 상거래에 해당하므로 주간 통상에 관한 연방의회의 규율 대상이 되고, 주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 ‘주내의 사안’일지라도 그로 인하여 주와 주 사이의 상거래가 영향을 받는다면 연방의회가 이에 관해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의 규율이 우선이다


 주간 통상에 관한 연방의회의 권한은 독점적이라는 견해와 각 주도 자기 주의 관할권 내에서는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충돌하였다. 후자의 논리는 주의 규율권은 헌법의 형성, 즉 연방 체제의 형성 이전부터 각 주가 보유해온 주권에서 비롯되는데, 통상에 관한 규율 권한도 시원적으로는 주가 보유하는 권한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주의 권한 행사가 연방의 권한 행사와 모순이 되지 않는 한, 연방의 권한은 독점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제4화에서 언급했듯이, 주간 통상에 대한 직접적인 규율은 연방의 전권 사항이고, 주내의 사안을 규율하는 것이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는 규율의 성격에 따라 그 인정 여부를 결정하면 되므로, 사안에 따라서는 주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규율을 할 수는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본 사안에서는 주의 규율이 연방의 규율과 충돌하고 주간 통상을 저해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연방 권한 확대의 서막


 당시 노예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남부의 주들은 주 내에서 벌어지는 사안에 대한 연방의 통제와 관련된 본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며, 본 판결은 이후 주간 통상에 관한 연방의 막강한 권한을 인정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다만, 노예제와 관련하여 대립하는 주들 사이의 타협으로 유지되어 온 미합중국의 특성상 연방의회는 주를 자극하는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통상 조항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에 대응하기 위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시기부터였다. 또한, 본 판결은 주간 통상에 관한 주의 간섭을 막고 활발한 통상 활동을 가능하게 하여 미국의 서부 개척을 촉진한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2. 단거리 주간 요금을 장거리 주내 요금보다 비싸게 책정하다


 <하우스톤 이스트 & 웨스트 텍사스 철도회사 v. 미국 (1914)> 사건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운영된 오래된 철도회사인 하우스톤 이스트 & 웨스트 텍사스 철도 회사는 텍사스주에 있는  댈러스 및 마셜과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쉬레브포트 사이를 운행하는 주간 철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1910년대에 이 회사의 운임 책정은 조금 이상하였다. 텍사스주의 마셜과 루이지애나주의 쉬레브포트 간의 거리는 42마일이고 운임은 56센트였다. 이에 반해 같은 텍사스주에 있는 댈러스와 마셜 간의 거리는 148마일로, 각각 다른 주에 위치한 마셜과 쉬레브포트 간의 거리의 약 3.5배인데, 화물 운임은 36.8센트로 오히려 그 운임의 65%에 불과하였다. 텍사스주 내의 다른 지역 간의 요금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루이지애나주의 쉬레브포트는 텍사스 동부지역으로부터의 화물 운송과 관련하여 텍사스주의 댈러스와 경쟁 관계에 있었으나, 텍사스주 철도 위원회가 적용하는 이러한 왜곡된 운임은 쉬레브포트보다는 댈러스로 물건을 실어 나르거나 댈러스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는 것을 훨씬 유리하게 만들었다. 이에 루이지애나주 철도 위원회가 이의를 제기하였고, 그 당시 연방 기구인 주간통상위원회(1996년 폐지)는 텍사스주 내의 도시들에게 불법적이고 부당한 특혜가 주어졌다고 판단하고, 철도회사에 가격 차별을 중단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주간통상위원회는 '주간 요금'의 수준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 주간통상위원회가 부당한 차별로 판단한 운임은 텍사스주 정책에 따라 적용된 '주간 요금에 대한 주내 요금의 관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철도회사는 주간 요금을 이에 상응하는 거리의 주내 요금 수준으로 내리거나, 이러한 주내 요금을 이에 상응하는 거리의 주간 요금 수준으로 올리거나, 동등한 수준이 되도록 각각의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주간통상위원회의 명령을 준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운임 차별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간 요금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위원회도 인정하였기 때문에, 철도회사가 이보다 낮은 주 내의 두 지점 간의 요금 수준과 맞추기 위해서 주간 요금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결국, 철도회사가 운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주간 요금을 유지한 채 주내 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위원회의 명령을 준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본 사안의 쟁점은 텍사스주의 철도회사가 책정할 수 있는 텍사스주 내에 있는 도시들 사이를 운행하는 기차의 화물운임, 즉 주 내에서 적용되는 운임에 대해 연방 기구인 주간통상위원회가 간섭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것이 연방정부의 규율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였다.





주간 문제와 연결된 내부 문제


 연방대법원은 주간 교통, 주간 서비스의 효율성, 공정하게 주간 통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조건의 유지와 밀접하고 실질적인 관련이 있는 모든 사안의 운영에 관해 연방의회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면서, 하나의 주 내에서의 두 지점 간에 적용되는 운임과 주와 주 사이에 적용되는 운임을 차별적으로 책정한 것은 주간 통상을 저해한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주간 요금이 주간통상위원회가 인정한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철도회사는 주간 요금을 손대지 않고 주내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운임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데, 이것이 결국 연방 기구인 주간통상위원회가 하나의 주 내에서 발생하는 내부 문제에 간섭하는 결과가 되었지만, 이는 순수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주간 운행을 하는 기차의 주내 요금이라는 '주간 문제와 연결된 내부 문제'라는 점에서 연방의 개입이 허용된다는 논리이다. 즉, 철도회사의 운임 차별이 주내 요금의 책정이라는 주 내의 사안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이는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례도 주 내에서의 행위일지라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면 연방의회가 이에 관해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초기 판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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