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J Oct 30. 2022

비통상적 행위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

농부가 할당량을 초과하여 밀을 생산하다


 <위커드 v. 필번 (1942)> 사건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이라고 부르는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가동했는데, 1938년에 제정된 연방 법률인 농업조정법(Agricultural Adjustment Act)도 그중의 하나였다. 1930년대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와 더불어 4대 밀 수출국이었던 미국은 외국의 밀 생산 증가와 수입 제한 조치로 인해, 1920년대 전체 생산량의 25퍼센트였던 밀 수출량이 10%대로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 공급량이 과다하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밀의 가격을 안정시켜 밀 재배자를 지원하기 위한 농업조정법을 제정하였다. 본 법에 담긴 전략은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높은 가격의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주간 또는 외국과의 통상에서의 밀의 공급량을 통제하여 수요 대비 여분이나 부족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농업조정법은 밀의 공급량을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농지의 면적을 기준으로 밀의 생산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년 7월 1일부터 시작하는 판매 연도의 개시일을 기준으로 밀의 총공급량이 정상 연도의 국내 소비량과 수출량의 합계와 대비하여 35퍼센트를 초과할 것으로 보이면, 농업부장관이 ‘의무적인 전국 판매 할당’을 선포하게 되어 있다. 농업부장관은 할당을 적용받게 될 농부에 대하여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투표한 농부의 3분의 1 이상이 반대할 경우 할당 실시를 보류하여야 한다. 1941년 개정법에는 할당량을 초과하여 밀을 생산한 농부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포함되었다. 벌금은 초과 생산분을 농업부 규정에 따라 저장하거나 농업부에 보상 없이 양도함으로써 면제받을 수 있다. 


 오하이오주에 로스코 필번이라는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젖소 목장을 운영하면서 생산한 우유와 사육한 가금류를 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가축의 사료로 쓰기 위해 밀을 재배하고 있었다. 농업조정법에 따라 필번은 11.1에이커의 면적을 할당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보다 많은 23에이커의 면적에 밀을 심어서 초과한 면적으로부터 239부셸(약 6.5톤)의 밀을 초과하여 재배하였고, 이에 따라 농업조정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이 부과되었다. 필번은 시장에 판매하기 위하여 밀을 재배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 소비의 목적으로 재배한 것이므로 자신의 밀 재배는 통상 자체와 무관하기 때문에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은 논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농업부 장관인 위커드와 몇몇 주 및 카운티 정부의 관료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는 이러한 개인적 용도의 소규모 곡물 재배는 통상에 밀접하고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하급심 법원은 필번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연방정부가 이에 불복하여 이 사건도 연방대법원에 이르게 되었다. 




비통상적 행위를 통상 조항으로 규율하다

 

  연방대법원은 연방의회의 통상 권한과 관련하여 다투어지고 있는 규율의 대상이 생산, 소비, 또는 마케팅인지 여부는 연방의회의 권한 행사가 타당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즉, 행위 자체의 속성은 중요하지 않고, 통상에 대한 영향이 간접적이라는 것만으로 연방의 규율 대상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부의 행위가 그 자체로는 주간 통상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본질적인 속성이 무엇이든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연방의회는 이를 규율할 수 있고, 그러한 영향이 간접적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하였다. 농부가 밀을 재배하여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밀을 재배함에 따라 가축을 사육하려는 용도로 시장에서 구매하는 밀의 양이 그만큼 줄어드는 경우에 이러한 간접적인 영향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밀의 가격이 상승하면 개인 소비용으로 재배한 밀이 시장으로 유입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밀의 거래는 전국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고, 이러한 점에서 가정용 밀도 통상용 밀과 경쟁한다고 보았다. 


 연방의회가 각 주 상호 간의 통상을 규율하는 권한을 갖는다는 통상 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통상에 관한 권한도 기본적으로는 주의 권한이고, '통상적 행위'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칠 경우, 즉 행위의 영향뿐만 아니라 행위의 속성도 통상적인 경우에 연방의 규율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으나, 본 판결을 통해 연방의회의 통상에 관한 권한은 '통상적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에 대한 영향'을 규율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필번의 밀 재배가 통상적 행위는 아니지만 생산 및 소비 행위이므로 경제적 행위에는 포함된다. 비록 거래와 같은 통상적 행위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적 행위를 규율한 것인데, 이후의 사례에서 논의하겠지만 연방의회는 비통상적 행위뿐만 아니라 범죄 행위와 같이 그 자체로는 비경제적인 속성을 갖는 행위까지도 통상 조항에 의해 규율하는 등 권한 범위를 확대하였다.





개별적 행위가 누적되면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 


 연방의회는 통상조항에 근거하여 산업 내 가격을 규율할 수 있는데, 비록 필번이 그가 할당받은 양을 초과하여 생산한 밀이 그 자체로는 소량일지라도 필번과 같은 다른 수많은 농부의 누적된 재배를 가정하면 이는 실질적으로 밀의 가격에 영향을 끼치므로 필번의 생산, 즉 개별적 행위도 규율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시장 판매용으로 생산한 것이 아닌 개인소비 용도로 생산한 작물일지라도, 시장에 실제로 유입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에서의 수급에 영향을 끼치고 이에 따라 그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밀과 같은 작물의 거래는 하나의 주에 한정되지 않으므로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고, 일개 개인의 활동으로는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이 사소하더라도 그와 같은 행위의 누적을 가정하여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인정하였다. 소위 ‘누적 효과’ 내지는 ‘종합 원리’를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필번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밀을 재배하고 처분하는 것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절차 원칙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초과분을 저장하거나 양도함으로써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고, 프로그램의 적용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시장 수급에 따라 형성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밀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부담이 이로 인한 혜택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농업조정법 관련 조항>

[미국법전 제7편 1282조] 정책의 선언


 ~ 예비 작물의 저장, 대출, 판매할당, 실행할 수 있는 한도에서 농민이 균형가격을 달성하고 균형 잡힌 이익을 얻도록 하는 지원, 소비자들이 공정한 가격으로 그러한 작물을 지속해서 공급받도록 하는 지원을 통해, 주간 또는 외국과의 통상에서 목화, 밀, 옥수수, 담배, 쌀의 질서 있고 적합하고 균형 잡힌 흐름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로 이들 작물의 주간 또는 외국과의 통상을 규율하는 것이 연방의회의 정책임을 선언한다. ~   


주) 1. 미국 법률의 문장은 다소 장황한 경우가 많으나, 법률은 가급적 그대로 옮김

    2. 제정된 연방법은 미국 법전(U.S.Code)에 편입하고, 제정법의 조문 체계와 미국 법전의 조문 체계는 

       다른데 상기 조문은 미국 법전의 체계를 따름







이전 06화 다른 주에 장벽을 쌓지 마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