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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인종차별도 주간 통상을 이유로 금지한다

 1. 모텔이 흑인의 투숙을 거부하다

 

 <하트 오브 애틀랜타 모텔 v. 미국 (1964)> 사건이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미국 사회의 큰 문제로 남아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일부 주의 선거법에서 유권자의 기본지식을 시험하는 문맹검사제를 도입하면서 백인에게는 아이도 알 수 있는 아주 쉬운 철자를 맞추라는 등의 형식적인 문제를 내고 흑인에게는 라틴어를 해석하라는 등의 어려운 문제를 내는가 하면, 문맹검사제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로, 소위 '할아버지 조항'에 따라 노예해방 이전에 투표권이 있는 자의 후손에게는 투표권을 인정하는 – 흑인의 조상은 노예 신분으로 투표권이 없었으므로 사실상 흑인의 투표권 박탈 – 식의 차별을 이어갔다. 또한, 노예제를 찬성했던 남부연합이 패한 남북전쟁 이후에도 남부 11개 주에서는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인종차별법을 통칭하는 소위 '짐 크로 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이는 1896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평등하게’라는 논리에 의해 헌법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제도 아래 모텔이나 식당 등의 공공시설에서 흑인을 수용하지 않거나 분리하여 수용하는 등의 차별은 여전했고, 백인 전용 식당에서 시위를 벌이던 흑인들을 경찰이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1964년에 제정된 연방 법률인 민권법(Civil Right Act) 제2편은 호텔, 모텔, 식당, 극장 등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공공시설에서, 인종ㆍ피부색ㆍ종교ㆍ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 없이 서비스 등을 온전하고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 위치한 하트 오브 애틀랜타 모텔은 민권법 제정 이후에도 흑인의 투숙을 거부했다. 모텔의 소유주는 연방의회가 제정한 민권법 제2편은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주간 통상을 규율하는 연방의회의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모텔의 소유주는 민권법이 고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사업주의 희망에 따라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수정헌법 제5조를 위반하였고, 흑인에게 객실을 대여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자신을 비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놓이게 함으로써 노예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13조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방정부는 모텔 소유주가 더 이상 민권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금지명령을 청구하는 반대 소송을 제기하였다.




 

투숙 거부는 여행을 위축시켜 주간 통상을 저해한다

 

 연방대법원은 민권법 제2편은 모든 인종차별 행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와  사이의 물자와 사람의

이동에 실질적인 관련이 있는,  주간 통상과 관련된 사업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면서, 이는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적법한 입법이라고 판단하였다. 규율하는 행위가 실제로 주간 통상의 과정에 있는 행위일 필요는 없고, 주 내에서의 행위라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쳐서 전자에 대한 규율이 후자의 보호를 위한 적정한 수단이 된다면 그러한 규율은 인정된다고 하였다. 앞선 <옥덴 v. 기번스> 등의 사례에서와 같이,본 사건도 주 내에서의 행위에 대한 연방의 개입을 인정하였고, <위커드 v. 필번> 사례와 같이, 유사한 행위의 누적을 고려하여 주간 통상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을 인정하였다.


 주목할 점은 연방의회가 인권 보호를 위한 민권법의 관련 내용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점을 주간 통상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 두었다는 점이다. 인종차별 금지는 그 자체로써 정의에 부합하고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권 보호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지만, 주 내에 있는 공공시설에서 벌어지는 차별적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주가 아닌 연방이 헌법 조항에 근거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규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연방의회는 숙박시설 등에서 인종을 이유로 서비스를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주간 통상을 방해하므로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규율한다는 논리를 취하여 민권법 제2편을 제정하였다. 인종차별 행위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규율한 것이 아니다.


 하트 오브 애틀랜타 모텔을 이용하는 사람의  75% 다른 주에서  사람들이고해당 모텔은  개의 주요한 미국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75  85 주간 고속도로의 근처에 있었다연방대법원도 숙박시설에서 흑인의 투숙을 금지하는 것은 여러 주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여행을 위축시킴으로써 주간 통상을 방해하므로 연방의회의 입법은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민권법이 주간 통상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금지 그 자체의 도덕적 목적에 의해서도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주의회가 아닌 연방의회의 규율이라는 헌법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간 통상의 보호를 내세웠다. 주간 통상의 보호를 위한 목적이 인정된다면 법률이 도덕적 목적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위커드 v. 필번> 사례와 마찬가지로 규율하는 행위 자체의 속성보다 규율하는 행위가 통상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한 것이다. 여기서는 투숙 행위 및 투숙 거부 행위도 거래와 관련된 행위이므로 통상적 행위로 볼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통상과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운 행위도 있다. 


 


참고로, 동일한 이름의 1875년의 민권법도 시민에게 완전하고 평등하게 공공장소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는데, 그 당시 이 법은 통상 조항을 근거로 제정한 것은 아니었다. 연방대법원은 본 법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13조에 의해 허용되지 않으며, 주정부가 아닌 민간의 행위에 간섭하는 것이므로 주정부에 의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14조에 의해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식당이 흑인에게는 포장 판매만 하다


 <캐천백 v. 매클렁(1964)> 사건이다. 올리 맥클렁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던 식당인 ‘올리 바비큐’는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소재한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가족 소유의 식당으로, 36명을 고용하였는데 직원의 3분의 2는 흑인이었다. 올리 바비큐는 앨라배마주 고속도로변에 위치하였고 주간 고속도로에서 약 11블록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식당은 백인은 손님으로 받으면서 흑인에게는 포장 판매만 하였다. 인종을 분리하여 수용한 것이다. 이 식당은 1927년 개업할 때부터 흑인에게는 좌석을 제공하지 않았고, 상기 민권법 제정 이후에도 이러한 관행을 지속했다. 민권법이 통과되기 전 12개월 동안, 식당은 주 내에서 약 15만 달러어치의 음식을 구매했는데, 그중 절반 정도는 주 내의 공급업자가 다른 주로부터 조달하여 이를 식당에 판매한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연방의회는 식당과 같이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공공시설에서 인종ㆍ피부색ㆍ종교ㆍ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서비스 등을 온전하게 향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민권법에 담았다. 

식당에서의 인종 분리로 흑인을 차별한 매클렁은 민권법 위반을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매클렁은 민권법이 적어도 본인의 식당과 같이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이 미미한 소규모 개인 사업체에 적용되는 것은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연방의회가 독단적으로 모든 식당이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정적 추정’(반증이 허락되지 않는 추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리 바비큐가 다른 주로부터 구매하는 식품의 양은 매우 작아서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연방의회가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자기의 식당을 규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은 식당에서 분리 수용이라는 차별적 행위는 있었지만 주간 통상을 통해 조달되고 판매된 음식의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러한 차별적 행위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매클렁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종 분리 지역의 통상은 위축된다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민권법의 관련 내용은 헌법에 부합하고, 올리 바비큐와 같은 소규모 사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우선 올리 바비큐가 소규모 식당으로 다른 주와의 물품 거래가 많지 않음을 고려하여, 그의 식당 자체로는 사실상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맥클렁의 주장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맥클렁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올리 바비큐를 찾는 고객의 상당수가 다른 주로부터 온 여행자들이었기에, 식당에서의 인종 차별이 다른 주로부터 들어오는 여행자와 관련하여 주간 통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연방의회가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이러한 인종차별 행위를 규율할 권한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인종 분리가 주간 통상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증거들을 원용했다. 식당에서의 인종 분리 관행이 일부 쾌적하지 못한 식당을 제외하고 흑인이 여행 중에 식당 내에서의 식사를 할 수 없도록 하므로 이들의 여행을 위축시키고, 흑인들이 인종 분리 지역에서는 상당히 적은 시간을 보냄에 따라 그러한 곳에서 상품을 많이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상품의 흐름에 인위적인 제약을 가한다고 하였다. 또한, 전문직 또는 숙련된 사람들이 그러한 관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게 되어 그러한 지역에서 제반 사업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며, 신규사업이 들어서기 어렵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인종을 분리하는 식당에서의 손님이 줄어들어 음식 판매량이 감소함에 따라 음식 재료를 그만큼 덜 구매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연방대법원은 <위커드 v. 필번> 사례와 같이, 개별적으로는 사소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같은 행위가 ‘종합적으로 누적되면’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어 연방의회가 주 내에서의 활동이라도 규율할 권한을 갖는다는 기존 판결의 논리를 확인하였다. 본 사례도 상기 <하트 오브 애틀랜타 모텔 v. 미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을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이유로 금지한 것이다. 주는 얼마든지 도덕적 명분을 바탕으로 주 내부에서 이와 같은 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지만, 전국에 걸쳐 적용되는 인종차별 금지를 위해 연방이 나서기 위해서는 그러한 도덕적 명분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여기서도 통상 조항은 미국을 묶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민권법 관련 조항>

[미국 법전 제42편 2000a조] 공공시설 장소에서의 차별 또는 분리 금지


(a) 모든 사람은 인종피부색종교국적을 이유로  차별 없이 조항에서 정의한 바에 따른 공공시설의 장소에서 제품, 서비스, 시설, 특권, 이익, 수용숙박 등을 온전하고 평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

 

(b)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래의 시설은 그 운영이 통상에 영향을 끼치거나, 주가 인종차별 또는 인종 분리를 지원하는 경우에는 본 조의 의미에서 공공시설이다. 

(1) 여관호텔모텔기타 임시 투숙객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시설 (대여를 위한 5개 이하의 객실을 포함하는 건물 내에 위치하고, 그 시설의 소유주가 실질적으로 그의 주거 장소로 사용하는 시설은 제외)

(2) 식당, 카페테리아, 구내식당, 간이식당, 소다수 판매점, 기타 주로 점포 내에서의 취식을 위한 음식을 판매하는 시설 (소매점의 구내에 위치한 시설, 주유소 포함)

(3) 영화관, 극장, 공연장, 운동경기장, 기타 전시 및 오락 시설 

(이하 생략)


(c)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운영기준통상의 정의 

시설의 운영이 아래에 해당할 경우 본 조의 의미에서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

(1) 상기 (b) (1)에서 기술한 시설 중의 하나일 경우    

(2) 상기 (b) (2)에서 기술한 시설인 경우주간 여행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나 서비스 제공 제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 판매하는 휘발유, 기타 상품의 상당 부분이 통상 과정에서 이동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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