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J Oct 30. 2022

고리대금 행위의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단정하다

주 내에서의 고리대금 행위를 연방이 처벌하다 


 <페레스 v. 미국 (1971)> 사건이다. 1968년 연방의회는 조직범죄가 그 속성상 주의 경계를 넘나들고, 조직범죄를 위한 수입의 상당 부분이 고리대금으로 창출되므로 고리대금 행위는 비록 그 거래가 개인적이고 순전히 하나의 주 내에서 발생하더라도 주간 통상의 수단이 된다는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적용하는 대부 활동을 금지하는 소비자신용보호법(Consumer Credit Protection Act(1968))을 제정하였다. 본 법은 고리대금 행위에 의한 부정한 금전 착취를 규제하고, 조직범죄의 경제적 기반을 무력화시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본 법에서 ‘과도한 신용 확대’란 상환의 지연이나 실패가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폭력이나 범죄적 수단의 사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채권자 및 채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대부 행위를 일컫는 것이고, 과도한 신용 확대를 판단하는 지표에는 과도한 금리, 채권자가 적법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 채권자가 과거에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과도한 수단을 썼다고 채무자가 합리적으로 믿었는지 여부 등이 있다.


 정육점을 개업하려던 미란다라는 젊은 여성은 은행 등 합법적인 금융기관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게 되자, 고리대금업자인 페레스에게 3,000달러를 빌렸다. 금리는 다소 불분명했는데, 페레스는 한 주에 105달러씩 갚도록 요구하였고, 이후 계속 매주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올리더니 나중에는 한주에 330달러씩 갚도록 요구하였다. 미란다는 전체적으로 6,500달러를 페레스에게 상환했으나, 수개월 동안 상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6,700달러의 빚을 안고 있었다. 미란다가 상환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페레스는 그녀와 그녀 가족의 신변에 대한 위협을 가했다. 미란다는 파산의 지경으로 치달았고, 납품업자들로부터 외상으로 조달한 고기를

팔아서 근근이 돈을 마련하여 페레스에게 갚곤 하였다. 그러나, 결국 미란다는 정육점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푸에르토리코로 도주하였다. 미란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페레스는 그녀를 찾아냈고, 페레스가 체포될 때까지 그녀에 대한 빚 독촉은 지속되었다.


 페레스는 소비자신용보호법 위반 혐의로 연방정부에 의해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가 인정되었는데, 그는 해당 법이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규율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유죄를 다투었다. 페레스 측은 고리대금 행위는 지역적 활동이지 주간 활동이 아니므로, 주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 행위를 규율하는 주정부의 경찰권을 연방정부가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연방정부는 연방의회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바와 같이 고리대금 행위가 조직범죄를 위한 상당한 수입원이 되고, 조직범죄는 불법적 거래를 실행하기 위한 통로로 주간 통상을 이용하는 전국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리대금 행위는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연방정부가 규율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고리대금 행위를 이용하는 조직범죄가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각각의 주는 주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으므로, 연방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대응할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고리대금 행위는 조직범죄와 연결된다


 연방대법원에 이른 본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고리대금 행위와 조직범죄 간의 관계, 그리고 조직범죄와 주간 통상 간의 관계에 관한 연방의회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여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1967년 하원에 제출된 '도시 빈민과 조직범죄'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조직범죄는 고리대금 행위 자체만으로 미국의 빈민층으로부터 연간 수억 달러를 챙기고, '자유로운 사회에서의 범죄에 대한 도전'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고리대금은 두 번째로 큰 조직범죄의 수입원이다. 또한, 뉴욕주의 고리대금 갈취에 관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고리대금 행위는 대부분의 경우에 수뇌부, 중간층, 행동대원이라는 3단계로 위계화된 범죄 조직에 의해 통제되고 행동대원들이 실제로 일반인에게 돈을 빌려준다. 고리대금은 마약 사업 등의 자금원인데, 이들의 고객에는 빈곤층, 부유층, 사업가, 근로자 등 모든 사회 계층이 포함되고, 이들 일반인은 때로는 빚을 갚기 위해 범죄행위로 내몰리기도 한다. 동 보고서에 의하면, 고리대금 행위를 통해 지하의 범죄조직은 합법적 사업을 통제하기도 한다.


 연방대법원은 하나의 주 내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행위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 없이도 특정한

행위가 아닌 일련의 집합적 활동을 토대로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것은 적정하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일련의 집합적 활동이란 고리대금 행위와 조직범죄 간의 연계를 의미한다. 고리대금의 개인적 거래가 본질적으로 순전히 지역적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주 내에서의 행위들과 주와 주 사이를 오가며 벌어지는 조직범죄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볼 때, 그러한 주 내에서의 고리대금 행위는 주간 통상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논리이다.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법률로 단정하다


 연방의회는 주 내의 활동이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때로는 법원에 맡기기도 하고, 때로는 의회 자신이 수행하는데, 후자의 경우 법원의 유일한 역할은 의회가 규율하는 행위가 의회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는 행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고, 실제 영향 여부는 법원이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논리이나, 소수의견은 기본적으로 주가 규율하는 고리대금 행위를 주법이 아닌 연방법에 의해 처벌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실제로 주간 통상에 연루되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수의견은 조직범죄와 그 자금줄이 되는 고리대금 행위가 전국적인 문제라는 논리는 모든 범죄가 전국적이라는 의미에서만 가능하다고 반론했다. 즉, 절도나 폭력을 포함한 모든 범죄행위가 주간 통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고리대금 행위만이 주간 통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고리대금 행위가 주와 주 사이를 오가는 조직범죄의 자금줄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모든 고리대금 행위를 조직범죄와 연계할 수 없고, 모든 조직범죄를 주간 통상과 연계할 수 없다는 비판이 가능할 것이나, 본 판결 역시 통상 조항을 근거로 전국적 사안을,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국적일 수 있는 사안을 규율하는 연방의회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신용보호법 관련 조항>

[미국 법전 15편 1692조] 의회의 조사 결과 및 목적의 선언


(d) 과도한 채권 회수 관행은 주간 통상에서 실질적인 정도로 주간 통상의 수단과 매체를 통하여 발생한다. 과도한 채권 회수 관행은 비록 순전히 주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도 주간 통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전 09화 연방 노동법의 목적은 노동자 보호가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