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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통상의 경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규율도 할 수 있다

도로에 관한 정보를 소송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


 <피어스 카운티 v. 귈렌 (2003)> 사건이다. 미국 고속도로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연방의회는 주정부가 역내 도로의 가장 위험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하고 연방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위험 제거 프로그램(152조)’을 미국 법전 23편 ‘고속도로’ 안에 도입했다. 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주정부가 도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152조 프로그램의 적용을 위한 도로의 상태에 대한 조사와 관련하여 비밀보호 조치가 없다면 개선공사 이전에 위험한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주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정부의 우려와 이에 따라 주정부가 위험한 도로에 대한 정보 수집 노력에 기꺼이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연방 교통부의 우려 때문에 프로그램의 효과성은 의문이었다.


 이에 연방의회는 1987년에 상기 152조의 위험 제거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생성한 자료는 연방법원 및 주법원에서의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 대한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409조를 도입하였다. 409조는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기관이 152조 적용을 준비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는 보호되지 않고 실제로 152조의 목적으로 ‘생성한’ 자료만 보호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91년에 연방의회는 해당 조항이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에도 적용되도록 규정하였고, 1995년에 '생성한'이라는 말 뒤에 '또는 수집한'이라는 말을 추가하였다. 즉, 152조의 “목적으로 생성한” 자료뿐 아니라, 그러한 목적을 위해 “다른 출처로부터 수집한” 자료까지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그나시오 귈렌이라는 사람의 부인이 워싱턴주의 피어스 카운티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귈렌은 카운티 정부에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카운티 정부는 409조에 의해 정보제공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귈렌은 카운티 정부의 정보제공 거부는 워싱턴주의 정보공개법을 위반했다며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관련된 5개의 서류를 제공할 것을 카운티 정부에 명하였다. 카운티 정부는 항소하면서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귈렌은 강제집행 명령을 청구하였다. 항소심에서도 4개의 서류는 보호되지 않으므로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주 대법원은 도로의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를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 대한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409조 하에서의 보호는 152조의 목적, 즉 도로의 위험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생성하거나 수집하였는지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1995년의 409조 수정 내용, 즉 152조 목적으로 ‘생성한’ 정보뿐만 아니라 ‘수집한’ 정보까지 비공개로 하는 것은 통상 조항 등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규율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409조와 같은 광범위한 특권은 연방이 지원하는 고속도로 안전 프로그램의 필수적 부분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연방기금의 수령 조건은 그 프로그램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주법원에서 사고 보고서 및 교통 관련 자료에 대한 증거조사 및 증거능력을 부인함으로써 고속도로 안전 프로그램의 운영과 관련한 연방의 이익이 확보된다고 볼 수 없다는, 즉, 조건과 프로그램 간에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과세 및 지출 조항에 의해서도

적법한 권한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주 및 지방 도로에서의 교통과 관련된 자료의 증거조사 및 증거능력의 결정이라는 ‘기본적인 법의 영역’에 관한 주의 주권 행사를 연방이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의 경로에 관한 것이므로, 연방의회는 어떠한 규율도 할 수 있다


 소송의 쟁점이 된 409조는 주간 통상의 경로인 도로에 관해 규율하고 주간 통상의 매체인 차량을 보호하기

위한 연방의회의 적절한 권한 행사로 최종적으로 인정되었다. 연방의회는 주정부가 도로의 위험한 조건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하여 152조를 채택하였지만, 주정부 입장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도로의 안전 관리 소홀을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는데, 152조에 의해 도로의 위험 요소를 조사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난감해지므로, 152조에 의한 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한 요건인 도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꺼릴 수도 있었다.


 연방대법원은 152조 프로그램의 적용에 따른 이러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제거하는 조치를 채택하는 것이 정보 수집을 위해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더욱 성실하게 노력하게 하고, 위험한 장소에 대해 더 솔직한 협의를 가능하게 하고,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며, 결국 도로의 안전을 더욱 증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152조 프로그램의 적용을 위해 도로의 위험한 장소와 관련하여 생성하거나 수집한 정보를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된 주정부 또는 지방정부에 대한 소송의 증거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409조 및 그 수정 조항 모두 경로의 안전을 증진하고 자동차와 같은 매체에 대한 보호를 증진하는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152조의 목적과 관련이 있다면 생성한 정보와 수집한 정보를 구별할 필요는 없으며, 409조 수정 조항에 의하더라도 152조의 목적과 관련 없이 수집한 정보는 보호하지 않으므로, - 152조의 목적과 관련 없이 다른 기관에 의해 수집되었다가 어느 시점에서 관련이 있게 된 경우도 보호하지 않음 - 소송 당사자의 권리를 불합리하게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1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방의회가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주간 통상을 규율할 수 있는 3가지 범주 중에서 주간 통상의 ‘경로’와 관련된 규율에 있어서는 주간 통상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없이 연방의회가 어떤 방식과 어떤 목적으로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도로는 대표적인 주간 통상의 ‘경로’이다. 도로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여 자동차 등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주정부가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위험 요소를 연방정부에 제시할 수 있도록, 교통사고와 관련된 주정부 또는 지방정부에 대한 소송에서 피해자가 이러한 정보에 대한 증거 제출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409조는 - 고속도로와 관련된 증거에 제한되기는 하지만 - 주법원에서의 증거조사 및 증거능력이라는 전통적인 주의 주권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자 소송의 절차적 권한, 즉 주간 통상과의 관련성이 크지 않은 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152조의 '위험 제거 프로그램' 도입으로 인해 교통사고 피해자의 권리가 도입 이전보다 축소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교통사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소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152조가 통상 조항에 의해 헌법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아 '과세 및 지출 조항'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과세 및 지출 조항에 의해 연방기금 수령의 조건으로 주에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일반적 복지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조건은 명확해야 하고, 조건과 프로그램 간에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조건 이행이 위헌적인 행위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되고, 지원의 규모가 커서 조건이 사실상 강압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논리이다. 본 사안에서 도로와 관련된 증거에 제한하였고, 위험한 도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진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조건과 프로그램 간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있으나, 워싱턴주 대법원의 주장과 같이 도로의 안전 증진과 소송에서의 증거에 관한 권한과는 관련성이 약하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과세 및 지출 조항에 의한 규율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은 통상 조항에 의해 통상의 경로 및 매체를 규율하는 연방의회의 권한을 잘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법전 제23편 409조] 보고서 및 조사서의 증거 조사 및 증거능력 


법률의 다른 조항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사고 장소, 위험한 도로 조건, 또는 철도-고속도로 교차로에 대한 안전 증진의 확인, 평가, 계획의 목적으로, 또는 연방 고속도로 기금을 활용하여 수행될 고속도로 안전 건설 증진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목적으로 생성하거나 수집한 보고서, 조사서, 일정, 목록, 데이터는 연방법원 및 주법원의 소송에서 증거로 조사되거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그러한 보고서, 조사서, 일정, 목록, 데이터에서 언급되거나 다뤄진 장소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소송에서 다른 목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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