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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다른 주에 장벽을 쌓지 마라

1. 다른 주로부터의 폐기물 반입을 금지하다


 <필라델피아시 v. 뉴저지주 (1976)> 사건이다. 뉴저지주는 1973년에 돼지 사료용을 제외하고 주 밖에서 발생하거나 수집된 고체 또는 액체 폐기물의 반입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Waste Control Act)을 제정하였다. 뉴저지주는 뉴욕시와 필라델피아시 사이에 위치하여 이들 대도시에 인접한 지리적 조건으로 산업이 발전한 지역으로 폐기물 처리 시설을 포함한 많은 산업시설이 들어섰다. 다른 주의 카운티 등 지방정부와 산업체들은 뉴저지주의 이러한 폐기물 처리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폐기물관리법이 통과되자, 도시 폐기물을 부분적으로 뉴저지주 내의 처리 시설로 운반해오던 필라델피아시는 뉴저지주 환경보호부를 상대로 해당 법률이 연방헌법에 위반되므로 집행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뉴저지주 법원에 제기하였다. 뉴저지주 대법원은 우선 뉴저지주의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연방법인 고체폐기물처리법(Solid Waste Disposal Act(1965))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본 연방법은 주정부가 고체 폐기물을 더 잘 통제하고 매립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요건을 수립하는 틀을 세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이다. 


 주법이 연방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다음으로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데, 뉴저지주 대법원은 해당 법률이 경제적 차별 없이 주의 중요한 보건 및 환경 목적을 증진하고, 주간 통상에 거의 부담을 주지 않으므로,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 아래에서 허용되는 입법이라고 판결하였다. 필라델피아시는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구하였다.





'덜 차별적인' 수단이 있다면 이를 적용하라


 연방대법원은 뉴저지주의 폐기물관리법은 주가 연방의 관할에 속하는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규율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며 뉴저지주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연방대법원은 모든 주간 거래의 대상은 통상 조항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되고 가치가 없는 폐기물 역시 이에 포함된다고 하였다. 보호주의의 해악은 입법의 목적뿐만 아니라 입법의 수단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입법의 목적이 뉴저지주의 환경 등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하였다.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폐기물의 출처가 다른 주라는 이유를 제외하고 다르게 처우할 이유가 없다면 주 밖에서 반입되는 통상의 물품을 차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합법적인 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단지 주간 통상에 대한 부수적인 부담을 끼치고 주의 이익이 그 부담보다 클 경우 주의 규율이 허용되지만, 주는 주간 거래에 장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모든 주에 공통되는 문제로부터 자기를 고립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주의 입법이 ‘경제적 보호주의’에 해당한다면 이는 당연무효라고 본 것이다. 주 밖에서 사들인 우유의 주 내 판매를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헌으로 판결한 <볼드윈 v. G.A.F. 실링 (1935)> 판례에서 주는 자신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면 그럴만한 중요한 주의 이익이 있음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덜 차별적인 수단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본 사안에서도 이러한 논리가 적용된다.


 반대의견은 뉴저지주 밖에서 반입되는 쓰레기는 이를테면 검역 대상인 병든 고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면서, 주의 검역법처럼 폐기물관리법도 헌법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주는 보건과 안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주간 통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검역법은 병든 고기와 같은 본래의 해악 때문에 물품의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지만, 폐기물은 주 내의 폐기물이나 주 밖의 폐기물이나 다를 바가 없고, 단지 그 출처 때문에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검역법을 폐기물관리법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검역법과 유사한 경우로서,

<마인 v. 테일러 (1986)> 사례에서 연방대법원이 살아있는 미끼용 어류의 주내 반입을 금지한 마인주의 법률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도 새로운 기생충과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종이 마인주의 수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덜 차별적인 수단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병든 고기와 폐기물은 다르다


 다수의견처럼, 병든 고기와 같은 검역의 대상과 폐기물을 같은 선상에서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폐기물 반입에 의해 주 내의 환경오염이 증가하면 이 역시 주민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볼 수 있지만 주민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병든 고기는 그것이 다른 주로부터 반입되었다는 이유, 즉 출처 때문에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반입에 따른 명백한 해악 때문에 규율하는 것으로, 주 내의 위생적인 육류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폐기물은 그 자체가 반입을 금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해로운 물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그 자체로써 어떤 명백한 해악을 가져오지는 않고 다만 폐기물 처리에 따른 환경오염의 증가나 처리 시설 이용에 대한 주내 업체들의 부담 등이 있을 뿐이다. 다수의견도 폐기물이 유발하는 해로움은 매립지에서 이를 처리한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다른 주의 폐기물이 해롭다면 뉴저지주의 폐기물도 똑같이 해로운 것이고 양자를 구분할 근거가 없다고 하였다. 병든 고기는 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 덜 차별적인 다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지만, 폐기물은 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처리시설의 용량 등을 고려하여 할당량을 부과하는 등 '덜 차별적인' 수단으로 환경 보호 등 주의 합법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2. 다른 주에 사실상 관세를 부과하다


 <웨스트 린 크리머리 v. 힐리 (1994)> 사건이다. 1980년대부터 다른 주의 경쟁자들이 저가 공세를 펼침에 따라, 우유를 생산하는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들이 시장을 빼앗기는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자 매사추세츠주 식품농업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위원장이었던 힐리는 매사추세츠주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우유가 다른 주에서 생산되는 상황에서, 우유 판매업자가 매사추세츠주의 소매업자에게 판매하는 모든 우유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하였다. 매사추세츠주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고, 세금 부과와 함께 그 재원으로 매사추세츠주의 낙농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명령을 발하였다. 이 명령은 오로지 매사추세츠주의 우유 낙농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매사추세츠주 우유 공급량의 대부분이 다른 주로부터 조달되었지만, 세금의 부과로 마련된 기금은 전체 우유 생산량에 대한 주내 낙농업자의 기여분에 따라 비례적으로 매월 그들에게만 보조금으로 지급되었다. 


 우유 판매업자인 웨스트 린은 다른 주에서 우유를 조달하여 매사추세츠주 내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또 다른 판매업자인 레콤트는 웨스트 린으로부터 모든 우유를 사들였다. 이들은 해당 명령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거부하였고, 이에 매사추세츠주 정부는 이들에 대해 사업허가를 취소하는 절차를 밟았다. 웨스트 린과 레콤트는 해당 명령이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집행하지 말 것을 청구하였다.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주간 통상에 부담이 따르더라도 매사추세츠주 낙농산업을 보호하려는 주의 이익이 주간 통상에 대한 부수적인 부담보다 더 크다고 하면서 해당 명령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비차별적인 세금이라도 주간 통상을 저해한다


 역시 연방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 매사추세츠주 정부의 해당 명령이 통상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높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가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다른 주 낙농업자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당 명령의 목적이라는 것은 주정부 측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러한 효과를 노린 것이라 점은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세금에 의해 형성된 재원으로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였고, 그것도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보다 더 많이 지급하였다. 해당 명령이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확실하게 혜택을 입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매사추세츠주에서 생산된 제품이 명령을 발하기 전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주 내외에서 생산되는 모든 우유에 과세한다는 점에서 세금은 차별적이지 않았고,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조성한 자금을 사용하여 주내 낙농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설령 우유 판매에 대한 세금과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에 대한 보조금을 각각 분리해서 보면 각각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해당 명령은 결과적으로 다른 주에 대한 차별을 발생시키고 주간 통상을 저해하므로 주내 낙농업자를 보호한다는 주정부의 이익이 해당 명령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매사추세츠주 정부는 세금을 납부하는 판매업자가 보조금을 수령하는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의 경쟁자가 아니므로 해당 명령은 차별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나, 연방대법원은 도매업자로부터 소매업자, 그리고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통상 과정의 어느 부분에 대한 부담이라도 이는 다른 주의 낙농업자, 즉 보조금을 수령하는 매사추세츠주 낙농업자의 경쟁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판단하였다. 세금 부과에 따른 부담이 결국 다른 주의 낙농업자에게 전가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울러, 주간 통상에 대한 부담이 있더라도 역내 낙농산업을 보호하려는 매사추세츠주의 이익이 있다면 그러한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통상 조항이 금지하는 경제적 보호주의의 전형적인 징표라고 보았다.


 마치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은 세금을 다른 주로부터 들여오는 제품에 부과하는 것은 주 내의 사업체를 위하여 다른 주의 경쟁자들에게 부담을 지움으로써 주간 통상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금지되어 왔다. 주 내외에서 생산되는 모든 우유에 세금이 부과되지만, 세금을 통해 형성된 재원으로 주내 낙농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보고 연방대법원은 다른 주를 다른 국가처럼 취급하는 ‘사실상 관세’의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보았고, 이처럼 통상 조항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정부가 표면적으로 합법적으로 보이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매사추세츠주 식품농업부가 마치 관세처럼 다른 주 경쟁자들에게 부담을 지움으로써 주내 사업체가 경제적 이익을 취하도록 했기 때문에 통상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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