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경찰관의 기록>
<이 글은 현직 경찰관이 지구대 근무 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지금도 무언가 떨어지는 '쿵'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철렁한다.
책상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옆 사무실에서 문 닫는 소리.
순간 25년 전 그 새벽으로 돌아간다.
새벽 3시. 신고가 들어왔다.
"아파트 옥상에 사람이 있어요" "뭐 하고 있나요?"
"글쎄요.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보였다 안 보였다 해요"
심야 시간 옥상 배회.
절도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신원 확인은 해봐야 했다.
의경 1명과 함께 순찰차로 현장에 도착했다.
걸어서 5층으로 올랐고 반 계단 위에 옥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었다.
아파트는 연식이 있어 수직 사다리를 통해 조그만 구멍을 통과해야 옥상으로 갈 수 있는 구조였다.
의경이 후레시를 가지고 먼저 올랐다.
나도 뒤따라 올랐고 나의 머리가 옥상 지면을 뚫고 내밀었을 때였다.
'쿵'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묵직하게 깊은 밤 적막을 갈랐다.
혹시! 사람?
오르던 사다리에 잠시 매달려 멈췄다.
"아무도 없는데요?"
먼저 올랐던 의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쿵! 하는 소리 못 들었니?"
"아뇨.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요"
의경에게 옥상 수색을 더 해보라고 한 후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달렸다.
1층 주차장 부근을 후레시로 전부 살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내가 생각했던 추락은 아닌 것 같았다.
다시 옥상을 향해 오르려던 순간 맞은편 건물에서 한 여자의 외침이 들렸다.
"경찰 아저씨, 이쪽요 이쪽"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순찰차가 처음 들어올 때 방향이고 대로변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었다.
입구 쪽이라 살펴보지 않았던 장소다.
"아 네 알겠습니다."
여자에게 답변을 하고 뛰었다.
30대 남자가 화단에 쓰러져 있었다.
안경은 완전히 구겨져 있고, 다리가 직각으로 꺾여 있었다.
출혈은 귀와 코 쪽에서 약간 있었고 신발은 튕겨 나갔는지 화단 경계석에 걸쳐져 있었다.
의식을 확인했다.
"아저씨, 괜찮아요?"
"으........"
"정신 있어요?"
"으........"
아직 살아 있었다. 구급차를 불렀다.
옆에 의경이라도 있었으면. 아직도 옥상 수색을 하는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파트 심야 소음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낼 수 있는 제일 큰 소리로 불렀다.
"이 의경! 이 의경! 이 의경!"
구급차 올 때까지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의식을 확인했다.
"아저씨!, 아저씨!" ".............."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할 그의 발목이 반대로 되어 있고 대퇴부도 꺾여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깨우는 것뿐이었다.
제발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남자에게서 소리가 났다.
"꾸르르르르~~"
아파서 내는 신음소리는 아니었다.
다시 흔들며 깨웠지만 더 이상 반응이 없다. 숨도 쉬지 않았다.
119 구급대 올 때까지 계속 깨웠다.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구조를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멈추는 순간을 내가 감당하지 못해서였을까.
이 의경 도착과 동시에 119 구급대가 도착했다.
"이미 사망한 거 같은데요. 구급차로는 옮길 수 없어요!"
그냥 돌아가겠다는 119 구급대에게 화가 치밀었다.
"사망 확인은 의사가 하는 겁니다. 병원으로 옮겨주세요."
구급대원이 침묵하다가 다른 대원에게 눈짓을 했다.
"일단 이송은 하겠습니다."
구급차를 뒤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남자를 보자마자 이미 사망 상태라고 확인했다.
남자의 주머니를 확인했다. 신분증이 들어 있는 지갑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의 생년월일을 보고는 잠시 멈춰 남자의 얼굴을 다시 한번 봤다.
어제가 생일이었다.
남자의 아버지가 파출소에 도착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고 그날 집에 들렀다고 했다.
"아들이 삼겹살 사 가져다주고 갔어요. 평소와 같았어요"
며칠 후 다시 현장을 찾았다. 낮에 가보고 싶었다.
당시 주위가 너무 어두운 상태라 혹시 내가 빠뜨린 게 있는지도 알아볼 겸.
아직 파여있는 화단이 보였다. 아파트 옥상도 올랐다.
수직 사다리를 통해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통해 올라갔고 옥상의 턱도 지면과 20센티미터 정도로 낮았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떨어질 수 있는 정도의 턱이다. 사람이 드나들며 볼 일을 볼 수 있는 그런 옥상은 아니다.
옥상에서 화단은 조그맣게 보였다.
조금만 옆으로 빗겨 났으면 주차장 시멘트 바닥이었다.
25년이 지났다.
지금도 무언가 떨어지는 '쿵' 소리가 나면 그 새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어서 들린다.
"꾸르르르~~"
나는 아직도
그 소리의 무게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