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
영원히 살 것만 같던 날이 있었다.
젊은과 건강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게 얼마나 행운인 줄을 모르고 바보같이,
아흔까지 잔병치레 하며 살기 vs. 건강하게 일흔까지만 살기 이런 복에 겨운 밸런스게임을 하던 날도 있었다.
건강하게 일흔까지만 살기
건강하기도, 일흔까지 사는 것도 다 복인 줄도 모르고..
언니가 급성백혈병에 걸렸다.
최근 머리가 너무 아프고 열이 떨어지지 않아 동네 내과에서 한 피검사 결과에, 의사가 당장 소견서를 써줄테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단다. 백혈병이 의심되는 수치란다.
응급실 앞에서 20시간을 떨며 기다리던 언니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옆에서 같이 마음 졸이던 엄마아빠는 얼마나 숨막혔을까.
대학병원에서 피를 뽑아놓고 기다린다는 말에 나는 당장 비행기표를 끊었다. 무작정 도착했을 때, 오진이었다는 해프닝이길 꿈꾸면서.
비행기표 끊고 짐을 싸며 기다리는 그 하루. 그 하루동안 언니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고, 암 병동에 입원했다. 엄마아빠는 많이 울었고, 그런 부모 앞에서 언니는 정작 울지 못했다. 본인의 죽음이 드리워진 그림자 밑에서 언니는 담담한 척 했다.
그렇게 언니는 집에서 짐을 싸올 새도 없이, 푹 눌러쓴 빨간모자와 화려한 패턴이 박힌 검정 조거팬츠를 입고 면회도 안되는 무균실에 들어갔다.
수화기 너머로 언니의 병명을 듣고, 언니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아 눈물이 계속 흘렀다.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는 자꾸 장례식장 앞에 서서 울고 있었다.
우느라 잠도 못자고 22개월 아기와 비행기에 올랐다. 단둘이 하는 첫 비행이었지만, 내가 겪는 힘듦은 언니가 겪을 그것에 비할 수 없다 생각하니 불끈 힘이 났다.
언니를 살려놓고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