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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Aug 11. 2023

책가방에 넣고 다녔네? 불꽃밴드를

그들은 레전드다. 그들은 감동이고 추억이다.

우리의 이십 대도 물론 답답하고 막막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반짝거린 건 예쁜 나이 스무 살이어서였다.

나는 몰라도 어른들은 보였을 빛나던 내 이십 대.

요즘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하루종일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버스정류장 앞에는 레코드가게가 있었고, 빵빵한 스피커로 인기 있는 노래를 내보내곤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조용필 님을 좋아했지만, 이때만큼은 밴드에 맘을 주고 말았다.

가방 안에 부활테이프 2개, 들국화, 봄 여름 가을 겨울 테이프를 항상 가지고 다녔으니깐.

카세트 시대가 끝나면서 이리저리 이사하며 다 사라지고 유일하게 부활테이프만 남았다. 손때 묻은 그대로라 꼬질꼬질하다. 너뿐이야를 유난히 좋아했었는데......

부활을 좋아했지만, 위로를 준건 들국화였다.


방송에서 나의 레전드를 만났다.

한분도 만나기 힘든데 다 함께 나온다니 이건 사건이었다.

첫회를 보고 내가 애정하는 김종서 님과 나의 위로 들국화와 나의 청춘 다섯 손가락

그리고 늘 멋짐 폭발하는 벗님들. 이승철이 빠져 시들한 부활. 그리고 권인하와 전설이라는 사랑과 평화.

단연코 첫날은 벗님들과 사랑과 평화였다.


기대를 하고 계속 돌려가며 노래를 들으며 2회 만을 기다렸건만 본방은 어제였단다.

애타게 기다릴 줄만 알았지 허술한 건 여전하다. 뒤늦게 보고 나니 또다시 벅차다.

이치현 님은 도대체 뭘 먹고 무얼 바르는지.... 미스터리다.  

55년생이라면 과연 누가 믿겠냐 말이지.  청바지가 여전히 멋지게 어울리고 머리하나 빠지지 않은 청년 그대로인 이치현 님은 목소리까지 예술이다.  첫회 또 만났네.. 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한여름에 겨울을 선사하듯 내 마음에 눈꽃을 뿌려주셨다.

다음엔 당신만이, 다 가기 전에 아니 추억의 밤을 하실 것 같은 예감이 확~~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태원의 거친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김태원의 목소리에는 이승철이다.  미성 안에서 김태원이 두드러지듯 날 것 같은 목소리가 있어야 귀공자 같은 이승철이 더욱 빛이 났다.

내 최애 밴드였기에 아쉬움이 곱절로 느껴졌다.  박완규의 살아있던 목소리도 그립고.

오늘도 위로를 받았다.  마지막 걱정 말아요 그대라고 말하는 순간.

울컥했다.  거룩한 전인권이다.

여전히 청춘인 다섯 손가락과 위대한 탄생 베이스 이태윤 님과 건반 최태완 님이 함께 하셨다.

새벽기차는 어릴 적 들을 때마다 은하철도 999가 겹쳤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억지도 엮는다면 푸른빛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호텔캘리포니아가 아주 절묘. 기가 막힌다.

예상대로 플라스틱 신드롬을 불렀고 가장 청춘 같고 여전히 쪼가 있는 멋진 록스프릿

흥을 이겨버리는 내 슬픈 몸뚱이가 둠짓둠짓 리듬을 탄다.

멋짐이란 게 바로 이런 거지.

아.. 이 노래.  이거 마로니에 노래라 생각만 했는데, 그때도 지르는 부분은 권인하 님이 담당하셨다.  들으면서 기억이 바짝 났다.  그때는 그냥 이었는데, 다시 보인다.  멋지게 그대로 나이 들었고, 호랑이호랑이 맞다.  천둥호랑이.

이 나이에 악동이미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놀 줄 아는 오빠던데?

천재라는 생각과 관객을 다 일으켜 세우는 무대매너와 내공은 당당히 일등이었다.

이들이 이리 멋진 줄은 몰랐었다. 1회도 내가 좋아하던 밴드를 뒤로하고 일등을 줬는데... 이번에도 일등을 주고 말았다.


저곳에서 소리 지르고 싶다.  다시 청춘이 되어 계속 함께 뛰고 싶다.

그들의 무대는 감동이다.

변함없이 한자리에서 숨지 않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울컥하게 하고

젊어지고 싶다는 욕심과 저들처럼 멋지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방청객 신청해서 서울로 상경하고 싶다.  진짜로 진짜로 가볼까?

신청하러 고고, 고고.


다음 주를 예상해 보자면

벗님들은 추억의 밤.  부활은 사랑할수록. 다섯 손가락은 이층에서 본 거리 아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들국화는 제발을 기대하며  김종서밴드는 대답 없는 너  권인하밴드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말고는 생각이 안 난다.  사랑과 평화는 얘기 할 수 없어요... 이 노래도 멋진데... 그저 나의 바람이다



이틀후 토요일에 재방을 보니  ㅋㅋ

다음주는 듀엣이네..완전 헛다리였다.  더욱 풍성해지겠네. 기대기대.

다섯손가락이 미지의세계를??

예전에도 불렀던기억이 ㅋㅋ  위탄과 함께하니 더 멋지지 않을까. 

암튼 멋지다.  점수와 관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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