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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May 07. 2024

배신이야 배신.

고물가를 버티기 어려웠나 보다

첫눈에 반했었다.

상당히 달지만 달지 않다 느껴졌고 속까지 시원한  깔끔함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배향 가득한 슬러쉬를 담은 쭈쭈바 탱크보이.

더위를 한방에 날려 보낸다는 뜻이라 했지만

 그저 탱크처럼 커서라 생각했었다.

지인과 기분 좋게 술 한잔하고 알딸딸해 기분이 슝~하고 날아갈 때   달달한 황도 한쪽만큼 자주 생각나던 쮸쮸바 탱크보이.


물회 한 그릇 먹겠다고 대천으로 달려갔다가 오는 길 휴게소에서 딱 마주쳤다.

내가  애정했던 쮸쮸바.

아이스커피를 가볍게 누르고 흥분하며 집었다.

콩닥거리는 게 설렘이라  하고 싶다.  집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살짝 작아진 봉지는 이해하고 싶었다.

가늠할 수 없는 고물가시대에 이 녀석이라고 버틸 수 있었겠는가.

늘 그랬듯이 쭈쭈바를 한 손으로 쥐고 밑바닥을 툭 쳐올렸다.

팍 하고 터지는 쾌감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불발이다. 내 경력을 생각하면 이럴 수는 없는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봉지는 지친 듯 픽~하고 터졌다.

드디어 위로 불쑥 올라선 자태.

배신이다.


날씬하다.

아니 너무나 야위었다.

반쪽이 날아간듯한 모양새에  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탱크는 무슨.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쮸쮸바.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만큼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신경질을 내고 말았다.

내가 애정하는 것들은 많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이 제대로 발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남편을 보았다.

그도 무척이나 변했고 나는 더  많이 변했다.

겉모습만큼은.


먹다 보니 맛은 그대로다.

내 입맛도 그대로.

먹다 보니 불끈했던 화가 가라앉는다.

여전히 시원했고. 달달한데 내놓고 달달하지 않은 은은한 달콤함.


나도 은은하고 싶다.

변해가고 있는 외모가 보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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