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어쩔 수 없다 생각해서인지,아니 챙기기 어려운 날이라고여겨서인지 많이 서운하지는않았어요. 뭐 생일이 별거라고. 이렇게 스스로 포기하며 다독였거든요.
그런데요즘 들어 문득문득 별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서운함을 켠켠히 몰래 숨겨두었었나 봐요.
가끔씩 친구들의 깨똑 프로필에 생일날 사진이 올라오면 왜 그리 부럽던지.
오천만 원 상자도 부럽고 줄줄줄 돈 나오는 돈박스도 부럽고.
어릴 적에는 할머니랑 같은 날이어서 할머니 생일상을 차리고 말만 내 생일상도 된다 하셨죠.
하지만 어려도 다 알아요. 내가 좋아하는 밥상이 아니었거든요. 내가 안 먹는 소고기뭇국에 갖은 나물들.
결혼을 하고서는 서운해할 틈도 없이 전을 부쳤습니다.커다란채반 열댓 개에 수북하게 갖가지 전을 부치고저녁상까지 물리고 나면 생일날이 끝나고 맙니다. 살자쿵 시원한 바람 좀 쐬러 나가고 싶었지만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빨리 자라고 어머님은 재촉하셨죠.모든 게 쉽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결혼 후 생각해 보니 미역국은커녕 하루종일 일만 하는 노동일이었습니다. 알아도 챙기는 맛이 없는 우리 시댁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작은 일에도 수선 떨며 기쁜 절 만드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었지요. 살아보니 이 또한 다름이었습니다.
사건은 일주일 전에 터졌습니다.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아들 녀석이
미리 생일 축하해. 엄마 생일 축하해.
맛있는 거 먹을 때 더 돈독해지는 우리는 아주 신이 났죠.
엄마. 그동안 못한 생일 몰아서 하자.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엄마 생일 하자.
그래서 일주일 동안 생일주간으로 정했습니다.
치킨을 시키고 빙수도 시키고
소고기도 굽고. 장어도 굽고
해물찜도 만들고 유명맛집 빵도 공수해오며
내가 할 일은 많아졌지만 즐거웠습니다.
아들과 생일상을 일주일 한다는 건 밥을 일주일 함께 먹는다는 것. 생일 축하를 일주일 내내 받는다는 거.
환상이었습니다.
올해도 역시나 다섯시간 꼼짝 못 하고 전을 부쳐 허리가 부러질 것 같지만 예전보다 엄청 많이 줄었으니 이 또한 행복하고, 일주일 동안 미리미리 왕창 생일축하받아서인지 묵직한 이야기도 빈정상하는 이야기도 너끈하게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