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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Sep 24. 2024

맛집이 흔해졌다

긴 줄에 속지 말자

소개받은 지인의 냉면 맛집.

메일향이 이렇게 좋은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난  그의 맛집을 전적으로 신봉했었는데 몇 년 전 진산의 메밀국숫집을 소개받고 죄송하지만 마음속에 원 아웃을 주었다.

지나치다 길게 선 줄을 볼 때마다 의아했다. 승승장구하다 진산의 대표맛집이 되어가고 급기야 이번 명절에 술. 담배 전혀 안 하고 오로지 맛집에만 올인한 조카 녀석이 이 집을 추천하는 게 아닌가.

정말 내가 아는 그 집?

그 녀석 또한 나만큼이나 단호한 어법으로 주변을 홀렸고 순간 난 초창기에 갔으니 그동안 업그레이드 되었을 것이라 믿었다.

한참을 달렸다. 하루아침에 가을이 돼버린 산속은 창문을 열게 했다. 맑음이다. 청량감이다.1시 30분 조금 넘어섰으니 배고픈 시간은 살짝 지났기에 기다림 없이 들어갈 줄 알았으나 삼삼오오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살짝 흥분했다. 어쩌면 뜻밖에 나의 맛집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니깐.


왕만두와 표고버섯메밀전이 나왔다.

엄청 맛있다 말할 수는 없지만. 특색이 있는 만두는 아니지만 맛은 그래도 합격.  쫀득쫀득하고 낯선 표고전도 합격.

가끔은 생각이 나서 집에서 후딱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맛이지만.

비빔 메밀막구수도 비주얼은 일단 합격.

기분이 슬슬 올라간다. 느끼함을 충분히 넣었으니 이젠 매콤 깔끔한 면으로.

이런, 이런.

이건 무슨 맛이지?  무맛이다

무맛. 어느 범주에 넣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어떠한 평도 할 수가 없었다.

매콤하지도 않고 새콤달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고소하거나 담백하지도 않다. 왜 먹는지 알 수가 없다.

싸 먹을라고 남겨두었던 만두와 전을 그냥 집어 먹었다. 그리고 둘이 나눠먹었는데도 우린 둘 다 비우지를 못했다.


그나마 따끈하게 마실 수 있는 메밀차가 있어 한잔 받아 들고 나오려다 한 봉지 오천원주구 샀는데 중국산이네?

 중국산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라 메밀전문점이라서 살짝 기대한 것이  내 잘못일테지.


오랜만에 맛집에서 음식을  남겼다. 배고팠는데. 느끼했는데 워낙 내 입맛이 아니라서.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맛이 아니라 광고의 효과가 사람을  부르고 기다란 사람 줄이 또 사람을 부른 건 아닌지.


번에 달려온 쌀쌀함에 놀라고,

무 맛에 놀라고

배부름에 놀라고

그래서인지 구수하고 따순정이 넘치는 식당이 그립다.

절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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