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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립하고 싶다

고장

by 분꽃

나만 나이 먹는 줄 알았다.

오늘 보니 내 것들은 모두 늙었다.

오랜 세월 함께 했었으니 당연한 것을

이제 와서 보이다니...


컴퓨터가 어젯밤 파랗게 변하더니

혼자서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듯 팬을 밤새 혼자 돌렸었나 보다.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어젯밤 분명 나는 껐는데...

핸드폰도 살아있고

패드도 살아있는데

손에 아무 일도 잡히지 않는다.

글쓰기반 숙제도 컴에 있고.

끄적거리리다 만 수많은 나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폴더에 가득 있는데.

입이 막히것만 같았다.

머리가 멈춰버린 건 같았다.

되찾을 수 있을까... 불안함에 거실을 종종 걷는다.


이제와 후회한다.

분명 조치를 했어야 했다.

아들녀석의 경고가 번뜩 떠올랐다.

잃어버리고서야 또 소중함을 느낀다.

수없이 반복해도 이놈의 게으름에 또 발목을 잡혔다. 알뜰한 게 아니라 생각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장 날 때까지 쓰는 건 분명 요즘시대에 잘 맞지 않아. 잘 따져보는 부지런함이 내게 남도록 나를 다시 조립하고 싶다.


고장이 나를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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